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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물러나시오”…전국서 퇴진 촉구 시국선언 봇물

등록 2016-11-16 13:37수정 2016-11-16 20:45

10일까지 시국선언문 235건 분석…거의 모든 선언서 “퇴진”
청소년·교사·교수·대학생 등 국외에서도 시국선언 잇따라
지금 대한민국은 ‘시국선언 공화국’이다. 중·고생부터 대학교수까지, 10대부터 70~80대 노인까지, 서울에서 제주까지 시국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변호사·농민·종교인·여성·게임업계·연예인·출판인 등 구분이 없다. 멀리 국외에서도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화여대에서 시작된 시국선언은 사상 최대로 기록한 100만명 촛불집회의 불씨가 됐다. <한겨레>는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이어진 시국선언 235건을 모아 분석했다.

■ 결론은 퇴진하라 시국선언의 화두는 단연 ‘박근혜 대통령 물러나라’다. 퇴진, 하야, 탄핵, 2선 후퇴 등 표현을 달리했지만 거의 모든 시국선언에서 박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 놓고,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날이 갈 수록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표현은 직접적이면서 강하다. 첫 시국선언으로 꼽히는 ‘이화인 시국선언문’(10월26일 이화여대 총학생회 등)은 “대한민국, 최순실의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입니까?”로 반문한 뒤 “대통령은 앞으로 밝혀질 진상에 온전히 책임을 지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는 “선배님, 서강의 표어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마십시오”라고 운을 떼고 “우리 서강인들은 이 날에 목 놓아 개탄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라고 했다.(10월26일 최순실 게이트 해결을 바라는 서강인 일동)

시국선언 초기 거국내각 구성이 해법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대통령의 하야·탄핵 등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교수 가운데 처음으로 시국선언을 한 성균관대 교수들은 지난달 27일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을 전부 퇴진시키고 거국 중립내각을 구성하라”고 했으며, 지난 3일 동국대 교수 155명도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의 결단, 시민·학생 등의 연대, 국회의 탄핵 요구 등 표현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연대하자. 눈앞에 드리운 망국의 기운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10월28일 고려대 로스쿨 학생회), “박근혜씨가 하야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탄핵절차에 돌입하라”(10월29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일동)고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는 즉각 하야하라, 퇴진하라, 최후통첩이다”(11월10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등으로 민심은 격화됐다.

엄태석 서원대교수(정치학과)는 “지금은 무혈 시민혁명 수순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대다수가 대통령 비선이나 측근 비리로만 보지 않고 대통령을 비리의 중심으로 여기고 있다. 책임총리·거국내각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내려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갔다”고 말했다.

■ 중고생·교사·일반 주민까지 “말(馬)은 없지만 말할 권리는 있습니다. 저희가 물려받을 민주주의를 더럽히지 말아주세요.” 지난 3일 강원 원주 북원여고 학생들이 붙인 시국선언문이다. 곧 이 시국선언문 옆에 “여러분이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여러분의 선생님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란 답문이 붙었다. 이 학교 교사의 화답 글이다. ‘그 제자에 그 교사’라는 누리꾼들의 답글이 줄을 이었다. 원주지역 고교생들은 지난 9일 저녁 원주에서 자신들만의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 8일 대구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했던 송현여고 조성혜양은 ‘똑부러진 여고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에서 3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일 경남 거창에선 거창고 학생 60여명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규탄 시국선언’을 했다. 같은 날 제주시청에서도 ‘제주 청소년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고민성(18·제주일고2)군은 “대한민국은 과연 살기 좋은 나라인가라는 물음에 한 숨 지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충북지역 청소년들은 시국선언단 ‘햐야’를 꾸렸다. 이들은 11일 청주 성안길에서 시국선언 ‘1만인의 소리’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줬는데도 무책임으로 일관한 그들에게 하야가 아닌 퇴진을 외쳐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대안학교인 광주 지혜학교 교사 9명은 조용한 시국선언을 했다. “우리는 교사입니다”로 시작한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이대로라면 더 이상 학생들에게 민주와 정의와 공공성을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광주 용봉동 주민들은 1주일 동안 준비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더 이상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지금 당장 청와대를 떠나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했다.

■ 역대급 시국선언에서 역대급 연합 조직으로 카이스트는 개교 이후 처음으로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고, 서울대 교수 3분의 1이상(728명)이 시국선언을 했다. <한겨레> 분석결과 대학 300여곳에서 교수·학생 개인, 총학생회·단과대·동아리 등 단체 소속 1만7000여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시민사회단체 1200여곳, 음악인 2173명 등 전문가 집단들의 시국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시국선언에 그치지 않고 전국의 시민사회는 ‘박근혜 퇴진’ 조직으로 연대하고 있다. 1987년 6월항쟁 때 사회운동세력과 야당의 연대기구였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같은 ‘용광로 연대’가 뜨고 있다.

13일 광주·부산 등 전국 15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집계를 보면, 전국 16개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조직이 발족했거나 준비 중이다.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노동, 교육, 정당, 종교계 등 단체 90여곳은 지난 9일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정의당·민중연합당·녹색당·노동당도 광주 시민운동본부에 참가하고 있다.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박근혜 퇴진 투쟁을 ‘따로국밥’처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데 모든 단체가 공감했다. 광주가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용광로’ 조직을 이룬 것은 87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제주지역에서도 처음으로 학계와 종교계, 정당 등 100여곳이 참여하는 ‘제주지역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해 오는 17일 제주시 관덕정 광장에서 대규모 시국선언을 하기로 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이번 비상시국회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의 정당성을 알리고 지속적인 투쟁을 위해 고교, 대학 동창회 등 삼삼오오 소규모 단체들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선 80곳, 울산에선 61곳, 강원에선 100여곳이 참여하는 박근혜 정원 퇴진 지역별 비상행동이 꾸려졌다. 김성봉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국장은 “세월호, 일자리 노동, 청년, 인권, 민주주의 등 무엇하나 제대로 인것이 없다. 이제 온 힘을 박 정권 퇴진에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 텃밭을 넘어 국외까지 12일 저녁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박근혜 퇴진 대구시국문화제’가 열렸다. 2000여명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이곳은 박 대통령이 태어난 곳에서 불과 150m 정도 떨어진 박 대통령의 고향이다. 이곳엔 70m길이의 게시판이 설치됐다. 거리 `시국선언판'인 셈이다. ‘혼자는 하야도 못하는 참 나쁜 대통령’, ‘박정희를 그리워하더니 나라 꼴이 70년대로 돌아가고, 불쌍하다 찍어줬더니 나라가 불쌍해졌다’, ‘제가 찍은 1번 회수하러 왔습니다’ 등의 선언이 이어졌다.

박 대통령의 외가인 충북 옥천에서도 지난 9일 저녁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열렸다. 오대성 옥천노동자협의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가, 박근혜 대통령의 외가라는 점에서 옥천은 두 부녀 대통령 지지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배신당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이라고 말했다.

국외에서도 시국선언,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미국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8개주, 독일의 베를린·뮌헨,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영국 맨체스터, 캐나다 토론토,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일본 오사카 등 북미지역 16곳, 유럽 13곳 등에서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가 열렸다. 지난 1일 유시 버클리를 시작으로, 4일 하버드대, 9일 유시엘에이, 10일 스탠퍼드대 유학생들도 시국선언을 했다. 지난 10일엔 싱가포르와 홍콩대학 한인 교수 67명, 9일엔 베이징대 유학생 98명 등도 시국선언을 통해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인국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대표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이명박·박근헤 보수 정권 9년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젠 속아줄래야 속아줄 여유가 없어서 나라 안팎의 민심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번엔 뒤끝이 무르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의 힘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국종합, 정리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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