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4차 촛불집회…추수 마친 농민도 수능 끝난 학생도 거리로
19일 저녁엔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동네 촛불’이 켜진다. 가을걷이를 끝낸 농민과 수능을 본 고3 수험생들도 대거 거리에 나설 조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민심도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 거점을 중심으로 진지를 쌓는 모양새다.
우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영남지역의 촛불 움직임이 심상찮다. ‘전통의 야도’이자 1979년 10월 유신독재를 허문 대규모 시위인 부마항쟁의 근거지인 부산과 마산이 주목된다. 부산에선 박 대통령 퇴진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19일엔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 10만명이 모일 예정이다. 부산운동본부는 도심 곳곳에서 방송차 홍보와 알림 그림 몇만장을 배포하는 등 사전 준비에 힘을 쏟고 있다. 운동본부는 이번 집회에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1979년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군사정권의 종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그 부산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마항쟁의 한 축인 마산(현 창원시) 쪽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광장보다 3배 가까이 넓은 창원광장(3만5천㎡)에 19일 오후 5시 1만여명이 모여 ‘경남시국대회’를 연다. 김영만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이승만 정권을 퇴진시킨 3·15의거와 박정희 정권을 무너뜨린 부마항쟁을 들어 “마산이 일어서면 정권이 바뀐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 5% 지지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 쪽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박근혜 퇴진 3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린다. 참가자 1만여명으로, 지난 수십년 동안 대구에서 열린 집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을 비롯한 광역시도 단위에선 ‘10만 촛불’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광주에선 오후 6시부터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10만 시국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 촛불집회에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수능을 마친 고3 수험생들도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민운동본부는 시민들이 최근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느낀 점을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하고 ‘하야송’ 등 노래도 함께 부를 예정이다.
농한기에 접어든 농민들도 ‘동네 촛불’에 적극 가담할 태세다. 전남에선 여수·목포·순천·보성 등 17개 시·군에서 200~1만여명이 참석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진다. 여수시민들은 오후 3시부터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중앙동 이순신광장에서 연다. 고 백남기 농민의 고향인 보성 주민들은 보성역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고인의 정신을 계승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할 계획이다.
울산은 오후 4시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5천여명이 참가하는 ‘박근혜 퇴진! 민주주의 회복! 울산시민대회’를 연다. 대전에선 오후 5시부터 날마다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1만여명이 참여하는 대형 촛불이 켜진다. 강원도 춘천 로데오사거리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시국대회가 끝난 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박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까지 거리행진을 할 참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했다.
창원 부산 대구 청주 광주 춘천/최상원 김영동 김일우 오윤주 안관옥 박수혁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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