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경남 창원시 창원광장에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만여개의 촛불이 밝혀졌다.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해서 대통령 되니까 좋습니까?
그래선 안 돼!
불법 권력으로 대기업 삥 뜯어서 주머니에 꼬불쳐 놓으니까 좋습니까?
그래선 안 돼!
세월호 304명 죽여놓고 아직도 9명의 학생은 차가운 바닷속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얼굴에 금실 넣어서 얼굴 당기고 새 옷 갈아입고 외국 놀러 다니니까 좋습니까?
그래선 안 돼!
왜곡된 역사의식으로 국정교과서 만들라 하고 위안부피해 할머니들 아픔을 하나도 모르면서 마음대로 합의하니까 좋습니까?
그래선 안 돼!
개성공단 마음대로 철수해서 5만명의 원청과 하청 가족들 가정 풍비박산 내고 나니까 좋습니까?
그래선 안 돼!
미국과 일본의 개가 돼서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해야 하겠습니까?
모든 국민이 인자 고마하고 내려오라는데 꼭 그 자리에 있어야겠습니까?
그래선 안 돼!”
3분 자유발언을 하겠다고 직접 신청했지만, 무대에 오를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부인 윤아무개(41)씨를 대신해 무대에 오른 창원시민 한광석(43)씨는 자작시 ‘박근혜에게. 그래선 안 돼!’를 낭송했다. 1만여명의 참가자는 “그래선 안 돼”라는 반복되는 문구를 구호처럼 큰소리로 함께 외치며 힘차게 박수를 쳤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경남시국대회’가 19일 저녁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11월26일 창원광장에 다시 모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후 4시께부터 한명 한명 모이기 시작한 시민은 오후 5시를 넘어서며 1만명에 이르렀다. 전날 밤 내린 비 때문에 바닥 곳곳이 질퍽거렸으나, 시민들은 방석 크기 깔개에 의지한 채 바닥에 퍼질러 앉았다. 먹을거리를 준비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19일 창원광장에서 열린 경남시국대회에 참가했다, 종이컵에 초를 끼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한 창원여중 1학년 3총사. 왼쪽부터 강주연, 윤지회, 김지호양.
일찍 도착한 많은 이들은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창원여중 1학년생인 강주연·윤지회·김지호양은 종이컵에 초를 끼워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도왔다. 강주연양은 “더이상 박근혜씨는 대통령을 하면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라도 시위에 나가서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양은 “아빠가 ‘왜 박근혜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은 것이 너무 후회된다.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밟히지 않도록 조심해라’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김지호양도 “엄마가 ‘잘하고 와라’고 하셨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은 자신의 죄를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지회양은 “엄마가 가지 말라고 했는데 몰래 왔다. 나중에 꾸중을 듣는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분 자유발언을 하려는 참가자도 줄을 이었다. 결국 행사주최 쪽은 더는 자유발언 신청을 받지 않는다고 몇 차례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홍수경(진주외고3)양은 “비폭력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3·1운동, 4·19혁명 모두 폭력시위였다. 비폭력 집회였던 민중총궐기 이후 박근혜는 더욱 뻔뻔해졌다. 필요하다면 폭력을 사용해서라도 국민불복종 운동을 실현해야 한다. 박근혜 하야 이후가 걱정이라는 기회주의적 야당과 언론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민(함안고1)군은 “국민이 국가이다. 모든 국민이 하야하라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왜 하야하지 않나. 대국민 사과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진정 용서받고 싶다면, 박 대통령은 자신의 죄과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진(26·창원대 국제관계학과4)씨는 “진짜 순수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설사 잘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먼저 자신이 잘못했다고 용서를 빈다. 박 대통령이 말하는 순수한 의도는 국민을 위한 순수한 의도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박근혜 대통령을 흉내 낸 경남시국대회 참가자들.
특이한 복장으로 눈길을 끈 참가자들도 있었다.
이종면(51·창원시 진해구 풍호동)씨는 승마 복장에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와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비꼬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가면을 쓴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목격됐다.
집회를 이끈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의 김영만 상임의장은 “참고인으로 부른다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당장 피의자로 소환해야 한다. 그래도 불응한다면, 검찰은 영장을 발부받아 박근혜를 체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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