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청소년 등 시국선언·시국 발언 잇따라
‘박 대통령 구하기’ 정우택 의원실 앞에서 정리 집회
충북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린 19일 박근혜정권 퇴진 충북범도민대회 1만여명의 시민들이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충북 집회 사상 최대 인파인 주최측 추산 1만여명(경찰 추산 5000여명)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19일 오후 5시부터 충북도청 앞 거리에서 시작된 박근혜 정권 퇴진 충북 범도민 시국대회는 밤 9시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청주 상당공원 네거리에서 충북도청 네거리까지 6차로와 보도를 가득 메웠다. 이 자리에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민주노총 충북본부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 등 1만여명이 몰렸다. 곽동철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일찍이 이런 인파를 본 적이 없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말한다.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국민이 죽고, 나라가 죽고, 결국 자신도 죽는다. 이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준석 행동하는 복지연합 사무국장은 “1991년 강경대 열사 추모 집회 때 청주대에서 상당공원까지 시민이 나왔다. 그때 이후 최대 인파”라고 했다.
집회 참가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이게 나라냐’, ‘민주주의 어디 갔냐’, ‘정치인들 도진개진’, ‘박근혜 퇴진’ 등의 손팻말을 앞세우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주장했다.
충북 청주상당고 학생들이 19일 박근혜정권 퇴진 충북범도민대회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시국대회는 청소년의 행동이 도드라졌다. 학생들은 ‘승마해서 이대가자’, ‘나도 이대 보내줘라’, ‘학생들도 알건안다’ 등의 톡톡 튀는 메시지를 들고 시위에 참여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학생들은 시민 발언에서 인기를 끌었다. 청주 ㅊ초 6학년 ㅂ아무개군은 “그네는 절대 혼자 움직이지 못한다. 바람이 순실순실 불어야 움직인다. 대통령은 이제 그만 물러나라”고 해 박수와 함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김선기 충북대 사회학과 대학원생은 박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김씨는 “당신의 정치는 생명을 잃었습니다. 대통령님 역사의 흐름 앞에 담대한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하야”라고 썼다.
고3 수험생이라고 밝힌 이지선양 등은 “고3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해 너무 미안했지만 이제 박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구속 등을 위해 시민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송재민(16)군은 “동맹휴학, 등교 거부를 통해 박 정권을 거부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 노동자는 연단에 올라 “지금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희망이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함께 힘을 내자. 다시는 이런 아이들에게 이런 나라를 보여서는 안된다”고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충북범도민대회가 열린 19일 밤 8시께 시민들이 청주육거리시장 앞 정우택 의원 사무실 앞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집회 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사무실이 있는 청주육거리시장 앞까지 거리 행진을 한 뒤 정리 집회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정 의원과 새누리당을 규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앞서 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배가 큰 풍랑을 만났으니 선장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그 배는 누가 책임지나. 위기 상황에서 선장 없이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라며 박 대통령의 탈당과 퇴진을 반대하는 글을 실었다. 한 시민은 “정우택 의원의 아버지가 친일파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대통령 비호하는 정 의원은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정우택 사퇴’, ‘새누리당 해체’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밤 9시께까지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며, 집회 뒤 손팻말·방석 등을 모두 되가져 가는 등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였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