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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홀몸노인, 밥 한끼를 나누다

등록 2016-11-24 16:01수정 2016-11-24 21:36

중원대 봉사동아리 가온, 괴산군정신건강증진센터와 ‘집밥 프로젝트’
우울·자살 고위험군 홀몸노인 찾아 밥 먹고, 수다 떨면서 시간 보내
중원대 봉사모임 가온 회원들이 최근 괴산읍 조아무개씨(맨왼쪽)의 집을 찾아 점심을 나누며 이야기 하고 있다. 가온 제공
중원대 봉사모임 가온 회원들이 최근 괴산읍 조아무개씨(맨왼쪽)의 집을 찾아 점심을 나누며 이야기 하고 있다. 가온 제공
‘식구.’ 같은 집에 살면서 끼니를 함께 하는 사이라는 말이다. 가족의 다른 말이다. 끼니, 곧 밥을 나누는 게 가족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충북 괴산 중원대 봉사모임 ‘가온’과 괴산군 보건소, 괴산군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이 최근 밥을 매개로 홀몸노인과의 소통을 시작했다. ‘집밥 프로젝트’다. 홀몸노인을 찾아 밥을 나누고, 수다를 떨면서 사랑과 정을 틔우겠다는 것이다.

“밥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움직임조차 불편한 홀몸노인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이는 게 밥이거든요. 혼자 밥 먹는 홀몸노인에게 벗이 돼 주고, 이들 노인이 하나둘 모여 식구를 이루면 많은 노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봤어요.”

중원대 의생명과학과, 임상병리학과 등 남녀학생 7명이 꾸린 봉사모임 ‘가온’의 리더 고영민(25·의생명과학과)씨의 ‘밥 역할론’이다. 홀몸노인이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혼밥’, ‘혼술’을 하게 그냥 둬선 안된다는 것이다.

높은 자살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괴산군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난 10월 가온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하고 반찬을 지원하기로 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4년 괴산군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63.4명으로 충북지역 시·군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충북 평균 자살률(31.5명)보다 배가 높은 것이다.

괴산군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지난해 6월부터 괴산군 노인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조사한 노인 자살·우울·수면 장애 척도에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825명 가운데 10여명을 집밥 프로젝트 대상으로 추려 가온에 전달했다. 명단을 건네 받은 학생들은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지원한 반찬 등을 싸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홀몸노인 가정을 찾고 있다. 학생들은 도시락을 싸가기도 하지만 숟가락만 들고 가 슬그머니 식구가 되기도 한다.

“딱히 뭐 하는 것은 없어요. 반찬 몇 가지, 국 등을 싸서 가서 할머니하고 밥 먹고, 말 들어주고 하는 게 전부예요. 그래도 ‘더 있다가 가라’고 팔을 끌 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요.” 매주 학생들을 기다리는 조아무개씨는 “혼자 있으면 밥때도 모르고 지나기 일쑤인데 손자들과 이웃까지 오니 밥맛도 좋고 기운도 난다”고 귀띔했다.

이경준 괴산군 정신건강증진센터 사회복지사는 “홀몸노인들이 학생들과 밥을 나누면서 생기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혼자 밥 먹는 노인들이 줄면 자살·우울 등의 문제도 크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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