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자정부터 28일 자정까지 48시간 이동중지
“축산 농가는 촛불집회 참석도 안돼요”
전국 20곳 양성·확진…매몰처분 100만마리 육박
“축산 농가는 촛불집회 참석도 안돼요”
전국 20곳 양성·확진…매몰처분 100만마리 육박
조류인플루엔자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토의 서쪽인 수도권·호남·충청 등에서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전남 해남에서 발병한 이후 서해안을 타고 경기 포천까지 북상하더니 10일만에 100만마리 가까운 닭·오리가 매몰 처분됐다. 지금까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되지 않은 강원·영남권은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매몰 처분 100만마리 육박, 이동제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조류인플루엔자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26일 0시부터 48시간동안 ‘이동중지명령’을 발동한다고 25일 밝혔다. 이 시간 동안 가축·축산 관련 종사자·차량 등이 가금류 축산농장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되고, 관련 종사자·차량·물품 등의 이동도 제한된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에 등록된 농장·도축장·사료 공장 등 8만9000곳의 이동이 제한된다. 물론 촛불집회 참석을 위한 차량 등의 이동도 제한 대상이다. 이를 어기다 적발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 관련 차량 등은 모두 이동제한 대상이다. 농식품부 등의 점검반이 발생·의심축 신고 농장 등에 파견돼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축산농장과 방역 당국은 초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지난 16일 발병이 확인된 충북 음성 등 충북에서만 닭·오리 56만6000여마리를 매몰 처분하는 등 지금까지 전국에서 의심 신고, 양성 반응, 확진 등으로 매몰 처분된 닭·오리가 1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 수도권, 충청 중부권 빠르게 확산 기업형 닭·오리 농장이 밀집된 수도권과 중부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일 경기 양주, 22일 경기 포천이 뚫렸으며, 24일 충북 진천, 25일 충남 천안의 경계도 무너졌다. 충남도는 천안시 병천면의 한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돼 오리 1만여마리를 매몰 처분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농장은 24일 발병이 확인됐던 천안 동면 오리 농장에서 6.7㎞ 떨어져 있다.
이날 경기도 이천시의 한 산란계 사육농가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 방역당국은 “25일 오전 10시 이천시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닭 80여 마리가 폐사하는 등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농가에서는 닭 12만∼16만 마리를 사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30분께에도 경기도 안성의 토종닭 사육농가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음성군 삼성면과, 진천군 초평면의 오리 농장에서도 오리가 폐사하는 등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음성의 농가는 최초 발생농가 10㎞경계 밖이어서 자칫 확산 우려도 낳고 있다.
충북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음성·청주·진천의 14개 농가 중 10개 농가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됐고 4개 농장에 대한 정밀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 등은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 철새 분변, 지난 10일 전북 익산 만경강, 지난 15일 충남 아산 삽교호 등지의 철새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된 것으로 미뤄 철새가 매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장 밀집 지대 등의 차량 등이 전파할 수 있다고 보고 차단 방역에 힘쓰고 있다. 실제 25일 오전 조류인플루엔자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 이천의 한 농가는 차량이 전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조사를 벌이고 있다. 채현석 농림축산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 사무관은 “농가간, 차량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제기돼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 2014년 재연하나? 최남단 전남 해남에서 수도권 경기 포천까지 전국이 사정권에 들면서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 피해로 기록된 2014~2015년의 재앙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당시 전국 가금류 축산 농가 809곳에서 1937만2000마리를 매몰처분해 2381억여원의 피해를 냈다. 이때 매몰처분 보상금만 1392억원에 이르렀다.
더욱이 이번에 철새와 닭·오리에서 검출된 에이치5엔6형(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국내에선 처음 발견된 것으로, 가축피해뿐 아니라 인체감염 우려까지 낳고 있다. 농식품부가 23일 낸 보도자료를 보면, 2014년 이후 중국에서만 16명이 에이치5엔6형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1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이 확진됐거나, 의심 지역에 역학조사관을 보내 인체감염 예방조처를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매몰처분이 진행되고 있는 현장에는 역학조사관을 보내 인체감염 예방조처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상 징후를 보이는 곳은 없다. 앞으로도 인체감염 예방조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전국종합/김기성 최예린·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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