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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집회 2보 “우리는 돈을 받고 참여한 게 아닙니더”

등록 2016-11-27 00:16수정 2016-11-27 01:32

26일 저녁 부산 15만명 집회 뒤 거리행진. 또다시 기록 경신
돈을 받고 촛불집회 참석한다는 악소문 보란 듯이 집회 비용 마련 즉석 모금
26일 저녁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도로에 앉아 발언을 듣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26일 저녁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도로에 앉아 발언을 듣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까도 까도 끝이 없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26일 오후 7시30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앞에 모여든 수많은 촛불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꺼지지 않았다. 사회자가 “15만명이 모였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와~”하며 함성을 질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네 번째 토요일 집회가 사상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 주최 쪽 발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5만명이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군부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깨를 걸고 도로를 누볐던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거리집회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19일 10만명의 기록을 또 다시 넘어선 것이다. 집회 주최 쪽이 인원을 다소 늘려잡았더라도 일주일 전보다는 더 많아보였다.

고교생인 딸을 데리고 나온 김진경씨는 “그동안 딸의 공부를 방해할까봐 딸에게 촛불집회에 참가하자는 말을 못했다. 딸은 내가 걱정할까봐 촛불집회에 안갔다고 한다. 민주주의 체험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비옷을 입고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7차로 가운데 5차로에 앉았다. 나머지 2개 차로를 통해 차량들이 통행했다. 시민들이 앉은 도로의 길이는 600여m나 됐다. 무대를 보지 못하는 시민들은 도로 사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연설을 듣고 구호를 따라했다.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왼쪽 인도는 사람들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득해 경찰이 길을 열어달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80대 할머니는 “박근혜가 하는 짓을 보고 울화통이 터져서 나왔다. 부산시민들이 새누리당을 끝장내 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욕을 해대자 사회자가 “부적절한 발언이지만 어르신이어서 뭐라 하지 못하겠다”고 말해 시민들의 웃음이 터졌다. 이정아(부산 연제구 거제동)씨는 “40대 주부인 내가 이렇게 나왔다. 대통령 임기도 모르는 저를 거리에 나서게 해 준 박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비꼬았다.

사회자가 “누군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참가한다고 한다. 여기 계신분들 가운데 돈 받고 참석한 사람 있느냐”고 묻자 시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무대 설치비 등에 돈이 든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지갑과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모금함에 넣었다. 한 시민은 “집회 주최 쪽이 정부 예산을 받는 관변단체가 아니라 정부에 찍힌 단체인데 집회 참가자들에게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거짓말도 그럴 듯해야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부산 서면교차로 앞에 모인 시민들이 가수 조피디의 노래에 맞춰 발광 다이오드 촛불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부산 서면교차로 앞에 모인 시민들이 가수 조피디의 노래에 맞춰 발광 다이오드 촛불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저녁 8시께부터 비가 그쳤다. 이어 저녁 8시30분께 조피디(PD)가 무대에 오르자 집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조피디는 “우주의 기운은 안드로메다로~” 등의 랩을 폭포수처럼 뱉어냈다.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발언과 행동을 하고 100만명의 촛불이 타오르는데도 버티기로 일관해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인 4%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조피디가 자신의 인기곡 <친구여>를 부르자 시민들은 발광 다이오드(엘이디·LED) 촛불을 흔들며 열광했다.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가 파도타기를 유도했다. 시민들은 “와~”하며 차례로 두 손을 들었다.

김재하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1979년 박정희 정권을 끝장내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끈 것은 부산이었다. 부산이 일어나면 역사가 바뀐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여기에 나오자.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부산시민의 손으로 박근혜를 끌어내자”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2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였다. 그때 나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줄 알았다. 대학생들이 과거처럼 화염병을 안던져서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29~30일 총투표를 벌여 다음달 1일 부산대생들이 동맹휴업에 들어갈 것이다. 부산의 대학생들은 동맹휴업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문현교차로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문현교차로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저녁 9시께 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깔고 앉았던 비닐과 쓰레기들을 주워 봉투에 담았다. 누군가 쓰레기를 두고 가면 또다른 시민이 주웠다. 이어 거리행진에 나섰다. 목적지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시위대와 경찰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던 문현교차로였다. 거리행진은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한 쪽은 엔시백화점에서 출발해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쪽으로 갔다. 다른 쪽은 서면교차로에서 200여m 떨어진 올리브영 점포 앞에서 출발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내골역 쪽으로 행진했다.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엔시백화점을 지나 문현교차로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를 마친 시민들이 엔시백화점을 지나 문현교차로 방향으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거리행진의 맨 앞에는 사물놀이팀이 흥을 돋웠다.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박근혜는 물러가라.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이른바 ‘하야송’을 부르자 지켜보던 시민들도 따라 불렀다.

부산 서면교차로를 출발해 두 방향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문현교차로에서 다시 만나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면교차로를 출발해 두 방향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문현교차로에서 다시 만나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두 쪽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을 벌였던 시민들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근처에서 1시간여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 하나의 대오를 형성한 시민들은 20여분 뒤 문현교차로에 도착했다. 서면교차로에서 문현교차로까지 3㎞를 1시간 20여분 동안 걸은 시민들은 다음주 토요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밤 10시30분께 해산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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