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가 어르신을 배려한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서울시는 탑골공원 북문부터 낙원상가까지 100여m 구간을 고령화 서비스 디자인을 적용한 ‘락희(樂喜·Lucky) 거리’로 조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우선 거리는 옛 글씨체를 담은 간판을 내걸고, 1960∼1970년대 유행한 영화 포스터를 벽화로 꾸몄다. 어르신을 위한 7가지 대표 서비스인 ‘락희7’도 선보였다. 상냥한 가게, 어르신 우선 화장실, 어르신 이정표, 지팡이 거치대, 심장 응급소, 이심전심 매뉴얼, 큰 글자 메뉴판 등이다.
상냥한 가게는 락희거리 상점 가운데 점주들이 동의한 11곳을 선정, 쉽게 알아보도록 서비스마크를 달았다. 어르신이 약을 먹을 때 마실 생수를 제공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하고, 건강에 좋은 현미밥을 내놓는 등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쓴다. 상냥한 가게 중 이발관 1곳은 어르신이 화장실 안에서 눈치 보지 않고 실금·실변 등을 처리하도록 변기 일체형 세면대를 두고, 안전손잡이와 미끄럼 방지 타일을 설치했다.
눈이 침침하고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어르신을 위해 글자를 키우고, 눈에 띄는 표시 등을 적용한 어르신 이정표도 2개 설치했다. 상냥한 가게 테이블과 화장실 등 어르신 방문이 잦은 곳에 지팡이 거치대 40개를 설치하고, 락희거리에 자동 심장충격기를 비치해 비상상황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상냥한 가게 등 11곳에 어르신과 직원이 지켜야 할 에티켓을 메뉴판이나 포스터로 만든 ‘이심전심 매뉴얼’을 붙였다. 세대 차이 등 오해 없는 소통을 돕는 장치다. 시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돋보기나 주위의 도움 없이도 주문할 수 있도록 ‘큰 글자 메뉴판’ 25개를 만들어 배치했다.
변태순 서울시 디자인정책과장은 “물리적인 환경개선에서 끝나지 않고, 상냥한 가게가 주축이 된 상가번영회 등 주민 스스로 디자인을 유지·관리하고 활성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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