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딩천사’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아름다운 가게 용암점 앞에서 시민들에게 중고물품을 팔고 있다.
“천사가 있을까? 없다면 우리가 천사가 돼 볼까?”
충북 청주 원봉중학교에 천사가 떴다. ‘중딩 천사’다. 이 학교 3학년 황숭흠·이기훈·이상범·어윤규·권오준 등 다섯이 꾸린 봉사 동아리다. 이들은 중학교 새내기이던 2014년 여름 방학 무렵 동아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주변의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 보자는 취지에 의기투합했다. 무엇보다 30만~40만원하는 교복을 사지 못해 발을 구르는 친구들에게 교복 선물을 하기로 했다.
‘중딩천사’ 황숭흠군이 지난달 29일 아름다운 가게 용암점에서 시민들에게 평소 모은 중고물품을 팔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돕지?” 다섯은 머리를 맞댔다. 궁리 끝에 초등학교 때까지 신주단지 모시듯 고이 간직해온 책, 연필, 옷 등을 내다 팔기로 했다. 일단 각자 집으로 돌아가 물건을 모았다. 결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부모들도 주방에 먼지 쌓인 그릇, 옷, 전자제품 등을 흔쾌히 내놨다.
“안 쓰는 물건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모아보니 어마어마했습니다.” 황군의 말대로 모은 중고물품은 1천여점이 넘었다. 이제 판로가 걱정이었다. 수소문 끝에 ‘아름다운 가게’를 찾았다. 물건을 그냥 넘기기만 해도 되지만 이들은 직접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방학 때마다 안 쓰는 물건을 모아 파는 것은 이들의 또 다른 일이요 보람이 됐다. 지난달 29일 중학교 시절 마지막 ‘세일’을 했다.
“이제 노하우가 좀 생겼죠. 그냥 팔면 잘 안 팔려요. 그래서 간단하게 솜사탕 등 과자·차를 만들어 함께 안기면서 팔면 잘 팔려요.”
‘중딩천사’ 황숭흠군(왼쪽 셋째)등이 지난 29일 조한덕 원봉중 교장(왼쪽 넷째)에게 중고물품을 팔아 모은 300만원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9일 1200여점을 판 수익금 300만원을 학교에 전달했다. ‘중딩천사’는 중학교 3년 6차례 방학 동안 6000여점을 모아 팔았고, 수익금 600여만원을 학교에 전했다. 학교는 이 돈으로 지금까지 20여명에게 교복을 전했다.
‘중딩천사’ 황군은 “친구·후배 등을 도운 것도 추억이지만 함께 하는 동안 물건과 이웃,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은 게 더 컸다. 이제 ‘고딩천사’를 만들어 봉사를 잇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아름다운 가게 용암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