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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농장마다 악취나는 거대 닭무덤…“억장 무너져”

등록 2016-12-01 21:19수정 2016-12-20 01:22

[현장] 수도권 첫 AI 발생지 경기 양주
지난달 20일 수도권 최초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의 한 농장 매몰지에 경고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지난달 20일 수도권 최초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의 한 농장 매몰지에 경고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허름한 축사는 텅 비었다. 바로 옆에는 닭 수만마리가 묻힌 커다란 무덤이 들어섰다. ‘출입금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란 표지판이 내걸린 농장과 농장 옆 매몰지 주변 바닥에는 쥐나 고양이, 까치같은 날짐승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생석회가 눈처럼 하얗게 살포돼 있다. 지난달 30일 찾은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의 산란계 농장의 풍경이다. 이 농장은 지난달 20일 올 겨울 들어 수도권에선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곳이다.

홍죽천 둑방길 가에 자리한 농장 주변 농로에는 아무런 통제나 방역 절차도 거치지 않고 차량들이 통행했다. 이 농장은 의심신고가 접수된 20일 산란용 닭 1만3392마리를 매몰한 뒤 최근 사료, 분뇨, 계란 등 오염된 물건 처리까지 모두 마쳤다. 임진강·한탄강 지류로 직강화된 홍죽천은 유량이 적어 거의 흐르지 않았고, 조류인플루엔자를 퍼트린 주범으로 의심 받는 야생 조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기도와 양주시 방역당국은 기존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지역과 이곳의 역학관계가 없어 철새에 의한 감염일 것으로 추정했다.

홍죽천 물 적어 거의 흐르지 않고
AI 주범 의심 야생조류도 안 보여

농장 주변엔 생석회 하얗게 살포
매몰지 배기구선 썩는 냄새 진동

66개 농가중 5곳 16만마리 매몰
감염 피한 농장주는 “살얼음판”

시, 대책 없어 사태 장기화 우려
352명 투입 242시간 방역 ‘비상’

이 농장에서 1㎞가량 떨어진 ㅅ농장엔 지난달 28일 산란계 10만4000마리가 매몰돼 축사 빈 터에 커다란 닭 무덤 2곳이 조성됐다. 이 농장은 전날 정밀검사 결과 고병원성 H5N6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매몰지에 설치된 가스 배기구에서는 동물 썩는 냄새로 추정되는 심한 악취가 풍겨나왔다. 농장 주인 유아무개씨는 <한겨레> 기자에게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으로 산란계 10만4천마리가 매몰된 경기도 양주시 한 양계장 모습.
지난달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으로 산란계 10만4천마리가 매몰된 경기도 양주시 한 양계장 모습.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와 확진 판정이 전국적으로 잇따르자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키우는 축산농가와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시의 가축방역 담당자는 지난 30일 뾰족한 차단 대책이 없다며 사태 장기화를 우려했다. 그는 “해마다 겨울철만 되면 언제 뭐가 터질지 몰라 긴장하게 되는데 올해는 인체감염 우려가 있다는 변형 바이러스가 발생해 걱정이 크다. 농장 예찰과 소독 등 방역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확산 추세가 꺾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으로 산란계 10만4천마리가 매몰된 경기도 양주시 한 양계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으로 산란계 10만4천마리가 매몰된 경기도 양주시 한 양계장에서 방역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산란계 3만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이아무개씨는 “현재로선 방역말고는 차단 방법이 없어 시·도 방역당국과 함께 소독과 생석회 살포 등을 하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농장주끼리 만남이나 바깥 출입을 자제하며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양주시에선 66농가가 215만마리의 가금류를 사육 중인데, 현재까지 5개 농가 16만1433마리가 매몰처분됐다. 시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백석읍에서 가금류 농장이 밀집된 은현면 길목에 거점소독소를 설치하는 등 이동통제초소 9곳에 공무원과 축협 직원·민간인 등 352명을 투입해 24시간 방역을 실시중이다. 통제초소에서는 농장을 출입할 일이 있는 사람에게 ‘소독필증’도 발부한다. 계란 유통업자인 박승원(52)씨는 “이전에는 하루 2곳 산란계 농장을 출입했는데 지금은 1곳으로 출입이 제한돼 납품에 차질을 빚는 상인들도 많다. 통제초소와 농장에서 두 차례 소독을 거치지만 농장주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일대에 설치된 거점소독소에서 지난달 30일 방역요원들이 농장 출입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수도권 첫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경기도 양주시 백석읍 일대에 설치된 거점소독소에서 지난달 30일 방역요원들이 농장 출입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의심신고는 6개 광역시도 13개 시·군에서 26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경기·세종·전남·전북·충남·충북 등 19건에선 확진 판정이 나왔다. 나머지 7건은 검사 중이다. 이날까지 살처분 된 닭과 오리는 모두 245만7천여마리에 달한다. 8개 농장의 46만6천마리도 추가로 살처분 될 예정이다.

정부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추가 확산 여부는 향후 일주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며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방역대책본부를 가동·운영해 위험지역에 대한 선제적 방역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이어 “가금류 사육농가 및 관련 종사자들에게 철저한 소독, 외부인·차량 출입통제 등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피해 농가에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안정자금을 신속히 지원할 방침이다.

양주/글·사진 박경만 기자, 김소연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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