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3시15분께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추모관에 백아무개(48)씨가 불을 질러 내부가 모두 탔다. 독자 제공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추모관에 불을 지른 40대 남성이 구속됐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3일 공용건조물방화 혐의 등으로 백아무개(48·경기 수원)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백씨는 1일 오후 3시15분께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옆 추모관(57.3㎡)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백씨는 불을 지르기 전 추모관 옆 방명록에 ‘박근혜는 자결하라.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지 말고’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도 않고 자결하지도 않아 이곳에 불을 질렀다”라고 말했다.
백씨는 2012년 12월12일에도 대구 동구 신용동에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불을 질렀다. 그는 당시 불을 내며 ‘노태우를 단죄하며’라는 A4 용지 두장 분량의 글을 남겼다. 백씨는 이 글에서 ‘전두환, 노태우가 1년 이내에 나머지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둘 다 제거하겠다’라고 썼다. 그는 이후 법원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백씨는 2007년 2월7일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공원에 있는 삼전도비(사적 제101호)에 붉은색 래커로 ‘철거 370’이라는 글씨를 적기도 했다. 삼전도비는 병자호란(1636년) 때 인조에게 항복을 받아낸 청나라 태종이 세운 비석이다. 당시 인조는 청나라 태종에게 세번 절을 하고 아홉번 머리를 조아렸다. 청나라 태종이 자신의 공덕을 새긴 삼전도비를 세웠다. 당시 백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치인들이 나라를 잘못 이끌면 치욕의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것을 경고하려고 삼전도비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구·경북에서는 박 대통령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추모시설이 훼손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 주민 백아무개씨(50)가 대구 중구 삼덕동1가 5-2에 세워져 있던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표지판을 래커로 붉게 칠했다. 경찰은 백씨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불만을 품고 이런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는 다음날 표지판을 아예 철거했다.
지난 21일에는 대학생 류아무개(19)씨가 구미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근처 공원에 있는 박정희 동상에 ‘독재자’라는 글씨를 붉은색 래커로 적었다. 그는 경찰에 “박 전 대통령이 일본강점기에 천황에게 굴복하고 이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도 동상을 세워 찬양하는 점을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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