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가 사들인 조선식산은행. 최근 주변에 있던 증축건물을 철거했으나 본 건물은 철거, 복원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 충주시청 제공
“일제 잔재 철거해야….” “무슨 소리, 지워야 할 역사 아니라 교훈 삼아야….”
충북 충주시 관아1길(성내동 243) 옛 조선식산은행을 둘러싼 철거와 복원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일제 잔재인 데다 건물이 낡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식민 역사를 교훈 삼을 수 있게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충주시는 문화재청에 공을 넘겼다.
충주시는 최근 문화재청에 옛 충주 조선식산은행 건물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고 12일 밝혔다. 권중호 충주시 문화예술과장은 “건물 훼손 정도가 심하지만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보존 가치가 공인된 것이어서 근대문화유산전시관으로 쓰고, 지정되지 않으면 철거 뒤 미술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주 조선식산은행은 1933년 12월14일 100평(330㎡) 규모로 건립됐다. 동양척식주식회사와 함께 일제시대 조선 수탈의 두 축으로 불린 조선식산은행은 특수은행으로 전쟁 군수 등 자금공급원 구실을 했다. 충주 식산은행은 충북 북부, 강원 남부권까지 담당했다. 부속 건물은 일반에게 넘어가 가구점 등으로 쓰였으며, 충주시는 지난해 11월 근대문화유산전시관 건립을 염두에 두고 7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하지만 ㅎ사에 맡겨 진행한 실시 설계 결과, 낡은 벽면과 앙상하게 드러난 목재 주기둥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복원하려면 애초 예상한 5억원의 4배가 넘는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추정이 나왔다. 전문가·시민들의 뜻은 두 쪽으로 갈렸다. 지난달 28일 공청회에서도 “보존·복원해 역사 교육용으로 활용하자”, “역사를 소멸하지 말자”는’ 등 찬성 쪽 의견이 나온 반면, “복원해도 가치가 없다”, “일제 만행을 보존하는 것은 지역 정서에 어긋난다”는 등 반대쪽 뜻이 대립각을 세웠다.
박상철 충주시 문화예술과 주무관은 “일단 조선식산은행의 운명은 문화재청의 판단에 달렸다. 등록문화재 지정 여부에 따라 철거·복원 결정이 날 듯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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