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9차 제주도민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제주 촛불은 끝까지 간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가운데 박근혜 즉각 퇴진과 헌재의 탄핵 인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주시청을 뒤덮었다.
제주지역 10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은 17일 오후 5시30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주최 쪽 추산 2500여명의 시민·학생들이 모인 가운데 제9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고 ‘박근혜 즉각 퇴진’, ‘헌재 탄핵 인용’, ‘황교안 사퇴’ 등의 구호를 외쳤다.
촛불집회는 오후 5시 사전 행사인 3분 발언대 ‘너의 발언대를 들려줘’를 시작으로 오후 5시30분 시민합창단의 ‘민중의 노래’ 합창과 함께 본행사가 진행됐다. 오후 7시부터는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구 세무서사거리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연말을 맞아 이전 집회보다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촛불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양연준 의료연대 제주지부장은 “박근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싸움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고 막판 뒤엎기 위한 음모와 술수를 꾸미며 다시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우리는 아무리 추워도 촛불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7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2500여명의 시민·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제9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 김이영씨는 “1990년대에 태어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많은 반성을 하게 됐다. 어린아이들이 부조리한 세상에 살도록 하고 싶지 않다. 이 땅에 정의가 올 때까지 박근혜 퇴진을 외치겠다”고 다짐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여전히 평화활동을 펼치는 문정현 신부는 “9차례의 촛불집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이 촛불이 탄압받는 모든 곳을 해방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김기춘과 우병우를 구속하고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해체될 때까지 촛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지난 7, 8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4·3유족회 회원들도 함께했다.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4·3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와 피곤한 상태에서도 유족들은 촛불을 들고 4·3역사를 축소·변질시킨 국정 역사 교과서의 폐기를 요구했다. 박창욱 전 4·3유족회장은 “어린 학생들이 이 책으로 어떻게 숨죽이며 살아온 우리의 역사를 배울 수 있겠느냐”며 당장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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