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박근혜다’고 적힌 대형 그림이 등장하자 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황교안은 박근혜다!”
17일 오후 5시께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 소방도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즉각 퇴진을 의미하는 구호가 적힌 대형그림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박수를 쳤다. 일부 시민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오후 6시 7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중앙대로와 소방도로 등에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풍자한 몸짓이 열렸다. 삼성반도체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만든 반올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한테 몇백억원의 뇌물을 갖다 바치면서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으로 죽어간 이들을 나 몰라라 하는 삼성그룹을 비판했다. 5~6명이 차가운 도로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흰색 작업복을 입고 일하다 쓰러진 모습을 연출했다.
반울림에서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삼성그룹을 비판하는 몸짓을 하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는 개성공단 복원과 한일위안부 합의 무효, 사드 배치 반대 등을 적은 펼침막 앞에 철조망을 세워두고 시민들이 남북관계 회복, 한일군사협정 철회 등이 적힌 띠를 붙이도록 했다.
7차 부산시국대회가 열리기 2시간 전부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민운동본부는 왕복 7차로 가운데 3차로에서 만민공동회를 진행했다. 발언자들은 국정교과서 폐기와 사드 배치 철회 등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가 철조망을 설치해 개성공단 복원 등을 촉구하는 몸짓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은 국회에서 탄핵을 당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상금(67)씨는 “박 대통령이 범죄사실이 분명한 주범이고 세계에 대한민국 국격을 망신시킨 장본인이다. 세월호 7시간을 방치하며 국민 안전을 소홀히 했다. 이런 이유만으로도 즉각 퇴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권을 되찾기 위해 박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앞으로도 촛불집회에 나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상금(67)씨가 박근혜 대통령 등을 구속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김씨는 매주 토요일 팻말을 다시 작성해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시민들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이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나선 것을 분노했다. 여섯 살짜리 아들과 아내와 함께 나온 김아무개(39)씨는 “그동안 3차례 촛불집회에 나왔다. 박사모 등 극우 보수세력은 지금의 문제를 이념 대립으로만 몰고 간다. 여자가 머리를 할 수 있다는 희귀한 논리를 펴는데 문제는 세월호에서 304명이 죽어갈 동안 중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저녁 6시께 서면 중앙대로에서 본 집회가 열렸다. 사회자의 구호로 시작된 집회는 주최 쪽 추산 3만여명(경찰 추산 저녁 7시 기준 5000여명)이 참가했다. 집회 규모는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기 이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참가자들은 “질긴 놈이 이긴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부산 서면 중앙대로에 모인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집회 중반 차디찬 세월호에 아직 남아있는 단원고 2학년 허다윤양의 엄마가 무대에 올랐다. 허양의 엄마는 “다윤이가 수학여행을 가기 싫어했는데 내가 추억도 쌓을 겸 가라고 했다. 아직 9명이 세월호에 남아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비극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옆에 있어 줘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세요.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서 9명이 사랑하는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격려해 달라”라며 울먹였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하라“, “세월호 책임자를 처벌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장선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공동대표는 “지난 13년 동안 개성공단은 전쟁위기 속에서도 중단되지 않았는데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대박을 외치던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모든 것이 최순실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개성공단 복원과 사드 배치 철회를 통해 평화통일의 촛불이 되자”고 호소했다.
부산지역 30여개 고교생들이 송상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서면 중앙대로 본집회에 도착해 연설을 듣고 있다.
저녁 7시께 부산지역 30여개 고교생 100여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오후 5시 800여m 떨어진 송상현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촛불을 들고 집회장에 도착했다.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고 집회장소에 도착하자 어른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집회는 저녁 7시20분께 끝났다. 이어 참가자들은 중앙대로 7개 차로 가운데 3개 차로를 따라 광무교~범내골교차로~지오플레이스~광무교를 돌아 서면 중앙대로까지 2.8㎞를 행진하고 서면 중앙대로에서 저녁 8시46분께 정리집회를 하고 해산했다.
17일 저녁 7시20분께 집회를 마치고 시민들이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울산에서도 '박근혜정권퇴진 울산시민행동'이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6차 울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7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1200명으로 추정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새로운 세상은 정치인에게만 맡겨서 가능할 수 없다. 이번에는 시민혁명을 완성하자. 4·19혁명, 6월항쟁에서 국민은 승리했지만 정치가 망쳐서 미완의 시민혁명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촛불민심의 목표는 정권 교체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책임자 처벌을 넘어 구시대의 적폐를 대청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새누리당이 친박 지도부를 다시 선출하고 좌파 정권을 막겠다며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친박정권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시민혁명이 완성될 때까지 촛불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후 번영사거리를 돌아오는 왕복 2.4㎞를 행진했다.
경남에선 김해·거제·진주·통영·밀양·사천 등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크고 작은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 정권 퇴진 경남운동본부는 18일 오후 4시 창원광장에서 '김제동과 함께 하는 만민공동회'를 열고 오후 5시30분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퇴진 민주실현 경남문화제'를 연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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