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이 20일 인문고 진로·진학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광주지역 인문고 학생들이 내년부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7교시 이후 학교를 마칠 수 있게 됐다.
광주시교육청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학입시를 위한 반강제적 보충수업·자율학습 관행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인문고 진로·진학교육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인문고 1~3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교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의 완전선택제를 운영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일부 사학들이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생·학부모의 선택권을 제한했던 관행을 더는 묵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시교육청은 “내년 대학 수시모집 비율이 73.7%에 이르지만, 고교 교육은 여전히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교사강의, 지필평가 등으로 정시모집에 맞춰져 있다. 오랜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문고에서 7교시 정규 수업 이후 반강제적으로 진행했던 ‘판박이식 8·9 교시’와 ‘밤 10시 야간 자율학습’의 양상이 바뀌게 됐다. 인문고는 오후 4시30분 정규수업이 끝나면 반드시 종례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종례 뒤 언제든지 하교할 수 있다. 보충수업에 참여하더라도 전체 과목을 다 듣지 않고 필요한 과목만을 골라 선택한다.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는 종이 설문 대신 온라인 방식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학년 초 1주일 동안 상담을 해야 한다.
시교육청은 보충학습 때 선행학습·진도진행·평가반영 등을 금지하고, 선택권을 침해했을 때 신고할 수 있는 센터를 개설한다. 보충수업·자율학습 완전선택제를 도입한 지역은 경기, 전남에 이어 광주가 세 번째다.
시교육청이 지난 9~10월 보충수업 참여 학생 2851명을 대상으로 참여 동기를 조사한 결과, 58.9%는 ‘본인의 희망’, 37.2%는 ‘분위기나 교사·부모의 강요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시교육청은 보충수업이 주요 교과목 중심이어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여론도 참고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은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을 ‘교육공동체의 ’날’로 정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학교 안팎에서 진로·진학 체험활동을 하도록 했다. 이때는 학교 간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하거나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유양식 광주교육정책연구소장은 “광주 성덕고와 광덕고 등지에서 학생 참여형 수업과 마을공동체 활용 등으로 성과를 봤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확대하고 과정중심의 수행평가를 30% 이상 반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휘국 시교육감은 “일부가 학원 등 사교육에 의지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교육패러다임이 자기주도적 학습과 다양한 프로그램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학교의 분위기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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