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청풍호 배 위에서 사람들이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고 있다. 제천에선 해마다 청풍호 해맞이 행사를 열어왔다.제천시 제공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가 해맞이, 해돋이 행사도 앗아 갔다.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산하고 있는 곳에서는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해맞이·해넘이 행사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적지 않은 경제 효과를 기대했던 자치단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 청정지역인 경북 등은 예정대로 행사를 열기로 했다.
전남에서는 영암군과 고흥군, 해남군이 행사를 취소했고, 나주시는 취소를 검토 중이다. 영암군은 22일 “새해 1월1일 아침 7시 삼호읍 삼포리 호텔현대 야외광장에서 열려던 영암호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군은 “영암호는 가창오리 15만여 마리가 월동하는 대규모 철새도래지”라며 “인근 나주와 해남이 뚫렸고, 철새가 매개원으로 의심되는 만큼 전국 두 번째 오리 주산지를 지키기 위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AI가 발생한 해남군도 31일과 1일 송지면 송호리 땅끝마을 일원에서 열기로 했던 해넘이와 해맞이를 취소했고, 고흥군도 내년 1일 아침 7~9시 영남면 남열리 남열해수욕장에서 열기로 했던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나주시는 영산강 중류인 금호동 정수루 일원에서 열려던 ‘북 두드림 제야 행사’의 취소를 검토 중이다. 관내 5곳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하며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전남도는 21일 시·군에 공문을 보내 AI 방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축제를 취소·축소·연기할 것을 권장했다.
전남도 관광과 허송근씨는 “시·군에서 검토를 마칠 26일까지는 취소나 연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남에선 해마다 여수 향일암과 장흥 정남진 등지에서 14개의 해맞이·해넘이 행사가 열려왔다.
중부권인 충남 천안도 새해 1월1일 태조산에서 열려던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천안시는 12월31일 동남구청 광장에서 열어온 시민의 종 타종식도 올해는 건너뛰기로 했다. 천안에선 농가 31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닭·오리 등 300여만 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이웃 아산도 새해 1월1일 열려던 ‘정유년 해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아산 지역에서는 지금까지 농가 9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79만여 마리의 가금류가 매몰처분 됐다.
복기왕 아산시장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축산 농가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동안 매해 열었던 해맞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바다 해맞이 대신 산상 해맞이로 눈길을 끌었던 충북도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해맞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제천시는 새해 1월1일 용두산에서 열 예정이던 해맞이 행사를 22일 취소했다. 충북도도 오는 31일 청주 예술의 전당 천년각 등에서 열려던 새해맞이 희망 축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충북에선 충주·보은·증평·진천·괴산·음성 등이 이미 해맞이 축제를 취소한 바 있다.
배를 타고 청풍호 위에서 해를 맞는 청풍호 해맞이 행사 개최도 장고에 들어갔다. 제천시는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을 우려해 취소를 권고했다. 장한성 청풍호사랑위원회 대표는 “전국에서 선상 해맞이 행사 신청을 한 464명 가운데 122명이 조류인플루엔자 연관 지역이어서 일일이 전화 확인했지만 모두 축산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지금까진 행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이 우려돼 추이를 볼 계획이며, 전문가 등에게 조언을 구해 축제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지 않은 청정지역 경북은 축제를 그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경북에선 영덕에서 해넘이, 포항과 영덕에서 해돋이 행사가 예정돼 있다.전국종합, 안관옥 최예린 구대선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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