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24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25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몇 개월째 아침마다 밥상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박근혜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지겨워 죽겠습니다. 박근혜는 더 추워지기 전에 빨리 퇴진해서 여기 계신 분들이 가족들과 같이 따뜻하게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한 초등학생 5학년 학생이 이렇게 말하자 촛불을 든 시민·학생들이 ‘와~’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제10차 제주도민 하야크리스마스 촛불집회가 24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제주도 내 10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근혜정권퇴진 제주행동’이 주최한 촛불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2500여명(경찰추산 800명)의 시민들이 모여 “국정 역사 교과서 중단하라”, “위안부합의 파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박근혜 퇴진’을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1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서 주최 쪽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참가한 어린이들한테 선물을 나눠주고 있다.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4시부터 어린이 체험부스 및 지역 현안 홍보부스가 운영됐고, 오후 5시 본행사에서는 ‘행복한 마임과 마술’ 공연을 비롯해 노래공연, 왁자지껄 ‘나도 한마디’, 소원지 걸기 등의 행사가 진행됐다.
촛불집회 현장에는 주최 쪽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줘 어린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강정마을에서 평화운동을 벌이는 문정현 신부는 무대에 서서 “저는 천주교 신부다. 오늘이 성탄절이라 미사를 드려야 하는데도 박근혜 퇴진을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국정조사에서 김기춘·우병우가 말하는 거 보셨나. 이들은 지금도 무서운 음모를 꾸미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박근혜는 당장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신부는 “촛불집회가 시작될 때 100만 촛불이 모이면 박근혜를 흔들 수 있다고 했는데 230만이 모이니까 새누리당 비박계까지 흔들려 탄핵이 이뤄졌다. 단언컨대 300만~400만 촛불이 모이면 청와대에서 박근혜 방을 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10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서 마임이스트 이경식씨가 공연하고 있다.
서귀포시민행동 조승택씨는 “낡은 시대정신을 끝내고, 우리가 위임해준 권력을 받은 사람들이 우리를 개·돼지 취급하지 않는 사회를 꿈꾸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이날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제주시청 대학로 일대를 행진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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