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난동 물의 피의자 27일 사전구속영장

6일 만에 경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
경찰, 27일 사전구속영장 신청키로

항공기 안에서 승객과 승무원들을 폭행하는 등 난동을 부린 임아무개(34)씨에 대해 경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 국제공항경찰대는 지난 20일 대한항공 케이이(KE)480편 기내에서 승무원들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임씨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데 이어 26일 다시 불렀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변호사와 함께 경찰에 나온 임씨는 “혐의를 인정하지만,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를 본 모든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행동으로 아버지께 큰 실망을 안겼다. 앞으로 이 같은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임씨는 기내에서 제공한 양주를 마신 뒤 술에 취해 손바닥으로 옆 자리 승객(56)을 때리고 말리던 여승무원 2명과 정비사 등의 얼굴 등을 때리고 침을 뱉는가 하면, 정강이를 걷어차는 등 1시간여 동안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임씨는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돼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출동한 공항경찰대로 넘겨졌으나, 당시 술이 너무 취했다는 이유로 신원만 확인한 뒤 귀가 조처됐다.

사건은 미국 가수 리차드 막스(53)가 사건 당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항공기 내에서 한 사이코 승객이 4시간 동안 승무원들과 승객을 공격했다”는 글과 당시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경찰은 인터넷에 공개된 3분 분량의 사건 동영상 외에도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1시간 가까이 끊어 촬영한 영상 3개를 추가로 건네받아 당시 기내 상황을 파악했고, 임씨를 상대로 마약 투약 의혹도 조사했다. 일단 경찰은 이날 오후 3시15분께 임씨를 귀가시켰다.

경찰은 임씨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판단해 27일 오전 항공보안법 위반 및 상해 혐의로 임씨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임씨는 지난 9월에도 인천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의자를 부수고 승무원들을 때렸다가 베트남 현지 경찰에 인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임씨는 베트남 법원에서 벌금 200달러(한화 24만원가량)를 선고받았으며 이와 별도로 같은 건으로 국내에서도 고소를 당해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네바협약에 따라 항공사 쪽이 신고하면 비행기 문이 열린 현지에서도 처벌할 수 있어 당시 베트남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오늘 임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국내 화장용품 제조업체 ㄷ물산 대표의 아들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화장품용 브러시 등을 제조·수출하는 회사로 중국과 베트남 등에 생산공장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