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얼굴 없는 천사가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사무소에 두고간 종이상자와 저금통에 동전들이 가득했다. 해운대구 제공
10년 이상 가족이 새해 둘째 날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기부하고 해마다 연말을 맞아 동전이 가득 담긴 상자를 몰래 동사무소에 두고 가는 사연이 차가운 날씨를 녹이고 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일 “강충걸씨 가족이 12년째 새해 둘째 날에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 가족은 2005년 1월2일 처음으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을 기부했다. 이후 해마다 1월2일 몇백만원씩을 기부해 왔는데 올해도 강씨가 300만원, 부인과 아들이 각각 100만원씩 모두 500만원을 기부했다.
강씨는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강씨의 부인 박영희씨는 국제장애인협의회 부설 장애인정보화교육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 준비를 하고 있다. 강씨의 아들 예성씨는 2005년 대학교에서 받은 장학금 100만원과 모아둔 저금을 보태 127만원을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처음 기부한 뒤 해마다 부모와 함께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해마다 동전을 동사무소에 몰래 두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30일 점심시간 또다시 동전을 담은 상자를 두고 갔다. 벌써 11년째다. 이 기부자는 동전을 넣은 종이상자 2개와 저금통을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주민센터 민원무인발급기 옆에 두고 사라졌다.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직원들이 종이사장와 저금통을 발견하고 동전을 세어보니 10·50·100·500원짜리 동전 1만2546개, 118만4680원이었다. 종이상자 안에서 발견된 작은 메모지엔 ‘구겨지고 녹슬고 때 묻은 돈일지라도 좋은 곳에 사용해 달라’는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 쪽은 얼굴 없는 동전천사가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절반만 근무한다는 것을 알고 해마다 연말 점심시간에 동전을 두고 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송2동사무소는 동전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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