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부동산 투기가 앗아간 노숙인 자활터전

등록 2017-01-03 17:26수정 2017-01-03 22:04

경기도와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가 노숙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마련한 귀농정착사업에 따라 한 노숙인이 강원도 한 농촌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 제공
경기도와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가 노숙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해 마련한 귀농정착사업에 따라 한 노숙인이 강원도 한 농촌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 제공
경기도 등 귀농자활 위한 ‘노숙인 자활센터’ 예산 불용처리
강원도 양구 등지 부지값, 부동산 투기 등에 크게 올라
노숙인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경기도가 강원도 양구에 마련하려던 노숙인 자활터전이 물거품이 됐다. 강원도에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투기로 땅값과 집값이 올라 집을 구하는 데 결국 실패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2016년 노숙인 자활터전 마련을 위해 책정된 1억8000만원의 예산을 회계연도인 연말까지 사용하지 못해 결국 불용 처리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집 사려고 책정해둔 돈이 날아간 셈이다.

경기도와 노숙인 지원 단체인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가 노숙인 자활터전 마련에 나선 것은 지난해 초다. 그동안 경기도와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는 2011년부터 수원역 앞 노숙인들을 강원도 양구의 농촌 현장에 보내왔다. ‘노숙인들에게 생선을 먹여주기보다는 생선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는 취지의 자활 프로그램 일환이었다.

상담과 자활 의지 확인 과정을 거쳐 첫해 12명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50여명의 노숙인이 귀농 정착을 위해 강원도로 갔고, 도는 이들에게 초기 석달치 방값 90만원과 식비 150만원을 지원해왔다. 이후 4개월째부터는 노숙인 스스로 돈을 벌어 월세도 내고 생활비도 마련하는 등 자립하도록 유도했다.

자활 지원 성과는 작지 않았다. 현재까지 7명의 노숙인이 양구 인근에 정착했고, 나머지 상당수 노숙인이 지방의 농촌으로 귀향하는 등 사회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농사일만으론 매달 내는 월세 부담도 컸던 데다,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농사일이 없는 겨울철에는 그나마 자립기금으로 벌어놓은 돈을 까먹기 일쑤여서 현지 노숙인들에겐 노숙인 자활센터(공동주택)가 간절한 꿈이었다.

경기도 등은 이에 2016년 예산을 책정해 양구 현장을 돌며 자활터전 물색해왔으나 뜻밖에도 부동산 투기라는 복병을 만나 발을 돌리게 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주택 매입자금으로 책정된 금액이 6000만원인데 때마침 537㎡의 대지에 방 4개, 주방 1개가 있는 집이 나왔다. 하지만 집주인은 당초 집을 살 때 다운계약을 한 곳이라 실제 집값으로 8000만원을 요구했는데 그 경우 공공기관이 감정평가액(6000만원)에 웃돈을 주고 사들이는 게 돼 규정 위반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빈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내년 착공 예정인 춘천∼속초 간 동서고속화철도가 양구를 지나면서 이미 부동산 투기가 이뤄져 상당수 매물은 서울 등 외지인 소유였고, 현지 농민이 주인이더라도 턱없이 높은 액수를 부르기 일쑤였다. 전국으로 만연한 부동산 욕망이 노숙인의 꿈을 앗아간 셈이다.

수원다시서기지원센터 김대술 신부는 “낙담이 크다. 자활 의지가 간절한 귀농 노숙인들에게 공동의 집은 큰 힘이 될 수 있는데 부동산 투기로 땅값이 오르고 예산마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