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농사꾼은 일년 내내 바쁘다. 농번기엔 논밭에서, 농한기엔 아스팔트에서 농사를 짓는다. 농민 김희상(44)씨도 그렇다. 그는 충북 청주시 미원면 용곡리에서 벼·배추·사과 농사를 짓는다. 하지만 바깥 활동 직함이 더 많다. ‘박근혜퇴진 충북비상국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의 집행위원장에,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지난 연말 촛불집회에선 사회까지 맡았다. 용곡리에선 9년째 이장이다.
“이장직 하야가 제 소원입니다. 농사도 제대로 못 하는데 바깥 활동이 잦아 집에서 많이 혼납니다. 하지만 농촌도, 우리 사회도 나아지지 않으니 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제 운명이죠.”
서울 토박이인 그는 청주대를 나와 전농 충북도연맹에서 2년 동안 간사를 하다 농사꾼이 됐다. 고 안승원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이 그의 농사 스승이다. 영농 후계자금 1천만원, 논밭 900평(2970㎡)으로 시작해 지금은 1만4천여평(4만7000㎡)로 늘었다. “부농이요? 저는 ‘빚농’입니다. 20년 전 한 가마에 15만원 했던 벼값이 지금은 13만원으로 떨어졌으니 빚이 늘 수밖에요. 땅도 대부분 임대고요.”
그는 2008년부터 주민들과 미원초교 옆 논 4000㎡에서 벼를 키워 북한에 보내는 ‘통일 나락’을 해마다 적립하고 있으며, 로컬푸드 운동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전후 40여일동안 장례식장을 지켰고, 청와대 벼 반납투쟁 때는 1박2일동안 서울 한남대교에서 노숙도 했으며, 전봉준 투쟁단으로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농민의 아버지인 백남기 선생을 죽게 만들며 농민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우롱하는 정부는 국민의·농민의 정부가 아닙니다. 희망이 없어요.”
그는 ‘제14회 동범상’ 올해의 시민운동 부문 수상자로 뽑혀 4일 상을 받는다. 충북 시민운동 선구자인 동범 고 최병준 선생을 기리는 상이다. 김규원(43) 음성민중연대 집행위원장(지역활동 부문), 이혜정(47) 청주와이더블유시에이 사무총장(시민사회 발전 부문)도 상을 받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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