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부경찰서, 절도 혐의 50대 일용노동자 불구속 입건
생활고·병약해 일당도 제대로 못 받는 정황 등 고려
아들한테 용돈 받았으나 한 푼이라도 아끼려다 실수
생활고·병약해 일당도 제대로 못 받는 정황 등 고려
아들한테 용돈 받았으나 한 푼이라도 아끼려다 실수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사돈에게 후줄근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할인점에서 외투를 훔친 50대 일용노동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4일 할인점 의류매장에서 신사복형 패딩 외투를 훔친 혐의(절도)로 김아무개(58)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16일 광주시 북구 한 할인점 1층 의류매장에서 종업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진열대에 있는 9만9000원짜리 겨울 외투를 갖고 나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상견례가 다가오자 헌 옷 대신 새 옷을 사 입기 위해 매장을 찾았다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씨는 체격이 작고 고혈압·당뇨병 등으로 건강이 나빠 일을 나가도 일당을 20% 적게 받는 등 어렵게 생활해 왔다. 이날도 아들이 20만원을 손에 쥐여주며 옷 등을 사라고 당부했으나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딴 맘을 품게 됐다. 김씨는 애초 진열대에 있던 100치수 외투가 커 95치수를 요구했고, 종업원이 95치수를 갖다놓고 화장실에 간 사이에 다른 곳을 둘러본 뒤 돌아와 이 옷을 입고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동선을 역추적해 김씨가 매장에 들르기 직전 지하 1층에서 모발용품을 사고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현금영수증으로 신분을 확인해 김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을 순순히 자백하고 피해품을 돌려주며 합의한 점을 고려해 불구속 방침을 정했다. 경찰은 “자식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던 부정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피해액이 적고 아들의 혼사가 걸려 있어 신중하게 처리하겠다. 하지만 수중에 돈을 갖고도 옷을 훔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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