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고속·시외버스터미널 측이 시가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휴지가 없다는 알림 글을 화장실에 붙였다. 연합뉴스
‘구미시청 지원금이 없어 휴지가 없음.’
경북 구미 원평동 구미종합터미널 화장실에 이런 글이 붙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글은 구미종합터미널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최근 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큰 돈을 쓰고 있는 구미시를 비판하고 있다.
최근 구미종합터미널 화장실 벽에는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구미시청 지원금이 없어 휴지가 없음. 문의: 구미시청 교통행정과 054-480-6252’라고 적혀 있다. 구미종합터미널은 개인사업자인 구미종합터미널㈜이 운영한다. 매년 구미시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구미시가 그동안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많은 돈을 써온 것을 비판하고 있다. 구미시는 2012년 3월 58억5000만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을 만들었다. 2014년 6월에는 5400만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테마밥상 발굴·보급 사업’을 했다. 2006년 2월부터는 286억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을 하고 있다. 2013년 10월부터는 870억원을 들여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에 뛰어들었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날(11월14일)과 숨진 날(10월26일)을 기념해 매년 ‘탄신제’와 ‘추모제’를 열고 있다. 구미시가 2009~2015년 여기에 쓴 돈은 모두 5억3338만원이다.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째가 되는 올해에 28억원 짜리 ‘박정희 대통령 뮤지컬’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백지화했다. 구미시는 대신 박 전 대통령 100주기 ‘탄신제’를 맞아 기념연극 제작(6000만원), 기념동산 조성(1억5000만원), 기념사진 전시회(9000만원) 등 5억5000만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화장실 휴지 논란과 관련해 구미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구미종합터미널 쪽에 알아봤는데 원하는 만큼 지원이 되지 않자 저런 글을 붙였다고 했다. 2015년과 지난해에 각각 구미종합터미널에 1080만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더 늘어난 1463만7000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금이 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