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6일 귀국한 김채곤(로버트 김)씨가 7일 선친의 유해가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영모묘원을 찾아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익산/연합뉴스
“부모님 모시지 못한 죄 어찌 씻나요”
“아버지 어머니, 채곤이가 와서 이렇게 부모님을 불러봅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으시니 너무나 슬픕니다. 저의 불효를 용서하시고 편안히 쉬십시오.” 7일 오전 10시55분께 전북 익산시 왕궁면 동봉리 원불교 영모묘원. 미국 해군 기밀을 빼내 한국에 건넨 혐의로 체포됐다가 지난해 석방된 김채곤(65·미국이름 로버트 김)씨가 부모의 유해가 안치된 이곳을 찾아 방명록에 서명했다.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 복장의 김씨는 이날 부인 장명희(61) 여사와 동생 김성곤(53) 국회의원 등 10여명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여기에는 그의 부모와 조부모, 증조부모 등 3대의 유해가 봉안됐다. 김씨는 부모의 유해가 안치된 곳(1-320번)에서 분향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11시10분께부터 40여분 동안 대법당에서 열린 추도식에 참석했다. 10년만에 귀국한 백발의 그는 시종일관 무릎을 꿇고서 예를 올렸고, 중간중간에 하얀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장남으로서 부모님을 한번도 못모신 죄를 용서해달라”며 “앞으로 비난받지 않는 후손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아버님이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셨는데, 임종을 못 지켜봤다”며 “가훈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묻고서 다시 태어나도 국익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격려의 영상 테이프를 보내주셨으나, 돌아가신 뒤에서야 테이프를 봤다”며 “병석에서 나를 격려해준 아버지 모습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참배를 마친 김씨 일행은 원광대학교 근처의 원불교중앙총부를 방문해 수감시절 후원해준 원불교 쪽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후원회 쪽에서 마련한 모국방문 행사에 참석한 뒤 익산을 떠났다.
이날 익산 시내에는 ‘로버트 김의 익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이 곳곳에 설치돼 김씨 일행을 반겼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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