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농민들이 10일 전남도청 앞에서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의 차액 환수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정부가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과 매입확정값(시장 쌀값)의 차액을 환수하려 나서자 농민들이 파렴치한 수탈 행위라며 거부 운동을 선언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과 전북도연맹은 10일 전남도청과 전북도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쌀값 대폭락을 정부가 방치한 만큼 농정 사상 초유의 사태인 공공비축미 차액 환수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농민들은 “쌀값 대폭락은 재고미 200만t을 처리하지 못하고, 밥쌀용 쌀을 무분별하게 수입한 정부의 양곡정책 부재에서 비롯됐다. 정부의 무능에 책임이 있는 만큼 한 푼도 내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식품부가 납부를 거부하는 농가는 올해 공공비축미 배정 때 제외하고, 이런 농가가 많은 시·군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시·군과 농협은 환수 업무 대행을 거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9월 공공비축미와 시장격리곡의 우선지급금을 40㎏들이(1등급) 벼 한 포대에 4만5000원으로 책정해 농민들에게 지급했다. 하지만 석달 뒤인 12월 말께 책정한 매입가격은 한 포대에 4만4140원으로 확정했다. 우선지급한 4만5000원보다 860원이 적은 액수로 결정됐으니 2월부터 농협을 통해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매입가격은 10~12월 산지 쌀값의 평균 수준으로 결정된다. 우선지급금은 통상 8월 산지 쌀값의 90% 수준으로 책정하지만, 지난해엔 쌀값이 낮아 93% 수준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우선지급금과 매입가격의 차액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벼 수매제도가 2004년 바뀐 뒤 정부가 우선지급금을 돌려받겠다고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농가 25만 가구에서 공공비축미 36만t, 시장격리곡 29만9000t 등 모두 65만9000t을 매입했다. 환수 규모는 공공비축미 107억7000만원, 시장격리곡 89억5000만원 등 모두 197억2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한 농가에 평균 7만8000원 수준이다.
농민들은 이런 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지속적인 쌀값 하락과 대책없는 정부에게 있다고 본다. 이석하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쌀값이 30년 전 수준으로 떨어져 농가소득이 20% 이상 감소했는데도 (정부는) 책임을 농민들한테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조상규 전북도연맹 의장은 “농민의 등골을 빼먹으려 달려드는 환수 강행은 123년 전 동학농민혁명의 도화선이었던 고부군수 조병갑의 탐학과 다를 바 없다”고 규탄했다. 공공비축미 1등급 매입가격은 2013년 6만730원(우선지급금 5만5000원). 2014년 5만7740원(〃5만2000원), 2015년 5만2270원(〃 5만2000원) 등으로 지속해서 하락해왔다.
농식품부 쪽은 “우선지급금과 매입가격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부처에서 정한다. 정책적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쌀값 하락을 막지 못해 이런 상황에 이르렀다. 농민들이 추가지급과 차액반납을 명시한 계약에 동의한 만큼 다른 방안을 검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관옥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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