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대정상화를위한범비대위가2015년1월고김준철총장의동상철거를시도하고있다.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대위가 철거한 지 꼭 2년 만에 다시 설치된 고 김준철 총장 동상.
도깨비의 장난일까? 충북 청주대에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 발생했다. 2년 전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가 철거한 고 김준철(1923~2011) 전 총장의 동상이 다시 세워졌다. 동상은 2m 크기로 무게만 수 톤에 이르는 데다 3m 높이의 좌대에 올려 설치하려면 중장비가 동원돼야 한다.
청주대는 지난 8일 학교 직원이 출근해 보니 2년 전 철거된 동상이 다시 세워졌는데 누가 어떻게 세웠는지는 모른다고 10일 밝혔다. 안영호 청주대 사무처장은 “폐회로화면(CCTV) 등에도 찍히지 않아 누가 다시 세웠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청주대 학교법인인 청석학원 설립자의 아들인 고 김준철씨는 청석학원 이사장, 청주대 총장 등을 지냈다. 그의 1주기를 맞아 2012년 11월 추모사업회가 청석교육역사관 앞에 동상을 세울 당시에도 동상 설립 자격 등을 놓고 학교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청주대가 교육부 재정지원 제한 대상 대학에 선정된 2014년에도 학생·교수·동문·노조 등은 청주대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2001년부터 13년 동안 청주대를 경영한 김윤배 총장(김 전 총장 아들) 퇴진과 함께 동상 철거를 주장하다 결국 2015년 1월 김 전 총장의 동상을 철거했다.
동상이 다시 세워지면서 학교는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주대 총동문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설립자가 출연한 학원 땅을 매각하고, 아들인 김윤배 청석학원 이사(전 총장)에게 불법 상속하는 등 비리에 연루됐던 김 전 총장의 동상을 세우는 것은 삼척동자도 비웃을 일이다. 동상을 원상회복한 것은 독선·전횡으로 빚어진 청주대 문제를 처음으로 되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상 자체가 분규의 상징이다. 김 전 총장 동상은 대학 구성원, 지역 사회 등에 물어 설립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성명을 내어 “학내 분규와 부실 대학의 실마리를 제공한 김 전 총장의 동상 복원을 강력히 규탄한다. 김 전 총장은 대학을 사유물로 전락시켜 아들에게 총장을 세습했으며, 그 아들은 총장에 이어 이사를 맡아 배후에서 대학과 학원의 비선 실세 노릇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분규 사학’ 꼬리를 떼려고 비대위 쪽과 대학 쪽이 꾸준히 해오던 대화도 동상 재설치로 중단됐다. 조승래 청주대 교수회장(역사문화학과 교수)은 “1980년대 김 전 총장 때부터 이어진 지긋지긋한 분규 사학에서 벗어나려고 학교 쪽과 대화를 하는 중에 동상 설치로 뒤통수를 맞았다. 누가 했는지 다 안다. 동상을 이전하거나 철거하지 않으면 어떤 대화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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