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연 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을 하루 앞둔 11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충북을 찾았다. 충북은 반 전 사무총장이 나고, 자란 곳인 데다 오는 14일께 반 전 총장이 고향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반풍’ 차단을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손사래를 쳤다.
그는 이날 오후 충북도청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이라는 데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반 전 총장을 의식한 방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충청은 역대 선거를 좌우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충청에서 이겨 대통령이 됐지만, 저는 충청에서 패배해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반 전 총장과 무관하게 충청은 중요하다. 충청에서 지지와 사랑을 더 받고 싶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간 연대설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권의 연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될 때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 만약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함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박·비박 혹은 제3 지대와 연대해 정치한다면 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충북도청 기자실에서 연 간담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한-일 합의’를 환영하고 박 대통령에게 감사 뜻을 전한 반 전 총장을 겨냥한 말도 쏟아 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인권의 보편적 요구다. 국제사회에선 이미 위안부를 성노예로 규정하고 다시 있어서는 안 될 반인권적 범죄행위로 보고 있다. 일본의 사죄가 위안부 문제 해결의 기본”이라며 반 전 총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정부의 합의에 대해 지난 2015년 12월28일(뉴욕시각) 성명을 내어 “한·일 위안부 합의를 환영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리더십과 비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 가운데 이뤄졌다. 10억엔만 받았을 뿐 일본의 공식 사죄도 받지 못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무효 합의”라고 밝혔다.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0일 “위안부 관련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한 발언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국민 주권의 문제다. 황 총리가 그런 발언을 하기에 앞서 정부가 일본 쪽과 어떤 합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일본이 사상 유례없는 보복 조처를 하는 마당에 그런 발언을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황 총리는 도대체 어느 나라 총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시종 충북지사, 충북 상공인, 시민 등을 두루 만나 지역 현안인 케이티엑스 세종역 설치, 중부고속도로 확장,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 마찰,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한미 관계, 개헌 논란, 결선투표제 등에 대한 자기 뜻을 비치기도 했다.
앞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지난 9일 충남·북 도당 개편대회에 잇따라 참석했다. 안 전 대표는 “정권 교체를 하려면 첫째 박근혜 정부와 연관성이 없어야 하고, 둘째 기득권을 척결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함께 하는 사람들이 개혁적이어야 한다. 반 전 총장은 둘째, 셋째 기준에서 의구심이 든다”며 반 전 총장을 견제했다.
유력 대선 주자들의 충청행은 잇따를 전망이다. 오는 24일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충북을 찾아 강연을 계획하고 있으며,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달 안에 충북을 찾을 예정이다.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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