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순자(62) 대구시의원의 부탁을 받아 차 의원의 땅 주변에 도로를 만들도록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은 김창은(64) 전 대구시의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도로 건설이 확정된 이후 김 전 의원이 차 의원에게 산 도로 주변 땅을 뇌물로 판단했다. 남편과 함께 뒤늦게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차 의원은 시민단체의 사퇴 요구에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최은정 판사는 12일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창은 전 대구시의원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김 의원이 산 땅을 몰수했다. 재판부는 “청탁을 받아 공무원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받아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6월 차 의원에게서 자신의 땅 주변에 도로를 만들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대구시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실제 대구시는 2015년 11월 차 의원의 땅 주변에 도시계획도로를 만들라며 대구 서구에 특별교부금 7억원을 줬다. 도로 건설 계획이 확정되자 차 의원은 지난해 1월 도로가 만들어질 예정인 자신의 땅 일부(942㎡·285평)를 김 의원에게 싸게 넘겼다.
김 전 의원은 이외에도 도로가 나는 주변의 땅을 처남과 지인의 이름으로 사들였다. 그는 2015년 12월 대구 서구 상리동 산 221번지(1565㎡·473평)을, 지난해 1월에는 상리동 산 217번지(1015㎡·307평)를 매입했다. 도로 건설이 확정되며 이 땅 값은 몇배가 뛰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검찰에 구속되자 대구시의원직을 사퇴했다.
차 의원은 도로 건설이 확정된 이후 주변의 땅을 팔아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차 의원과 남편 손아무개(65)씨는 1997년 7월 매입한 상리동 산 228번지(6939㎡·2099평)를 지난해 6월 팔았다. 또 2012년 7월 차 의원과 남편이 회사 이름으로 사들인 상리동 산 222번지(5157㎡·1560평)도 5필지로 분할해 지난해 1~7월 사이 모두 팔았다. 차 의원과 그의 남편은 김 전 의원에게 도로 건설 청탁과 함께 땅을 싸게 넘긴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차 의원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가가 아니라 김 의원에게 정상적으로 땅을 판 것이다. (대구시의원직 사퇴는) 법원 판결에 따라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차 의원은 2003년 4월 남편과 함께 대구 서구에 섬유업체인 (주)보광직물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차 의원은 대표이사, 남편은 회장, 아들은 이사를 맡고 있다. 보광직물은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10번이나 동행하며 이름이 알려졌다. 대표이사인 차 의원이 8번, 이사인 차 의원의 아들이 2번이나 박 대통령과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차 의원과 그의 남편이 검찰 수사를 받던 지난해 9월에도 정부는 보광직물을 2번이나 해외순방에 포함했다.
보광직물은 면직물과 봉제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차 의원이 70%, 아들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2년 222억원이던 매출액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89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2014년에는 매출액 304억원까지 내다 2015년엔 206억원으로 떨어졌다.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지낸 차 의원은 2014년 6월 제6회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대구시의원이 됐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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