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행정시가 시범으로 실시하고 있는 ‘쓰레기 요일별·시간제 배출제’. 독자 제공
제주시 ‘쓰레기 요일별·시간제 배출제’에 시민들 항의 퍼포먼스
“현재 쓰레기 정책은 돌팔이 같은 처방”…배출 단순화 등 요구
“현재 쓰레기 정책은 돌팔이 같은 처방”…배출 단순화 등 요구
지난 13일 오후 일부 시민들이 제주시청 동쪽 끝 클린하우스(쓰레기수거함)에서 ‘쓰레기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제주시청이 시행하는 쓰레기 요일별·시간제 배출제에 대한 항의 표시로 금요일에 배출하는 플라스틱류를 모아 버렸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인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쓰레기정책 시민모임) 회원들이다.
이 단체는 “올바른 문제 진단을 통해 적절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행정이 상식에서 벗어난 돌팔이 같은 처방으로 시민들의 분노만 일으키고 있다. 제도를 시행하며 개선해나간다고 하는데 시민이 실험실 개구리냐”며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의 철회와 고경실 제주시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쓰레기 처리난을 겪고 있는 제주도와 행정시가 ‘쓰레기 요일별·시간제 배출제’를 시범으로 하고 있으나 시민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는 올해 7월부터 이 제도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제주시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서귀포시는 이달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요일별 배출제는 △월 플라스틱류 △화 종이류 △수 캔·고철류 △목 스티로폼·비닐류 △금 플라스틱류 △토 불연성 쓰레기, 병류 △일 스티로폼 등으로 세분해 배출하는 제도다. 배출 시간은 오후 3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다.
이 제도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도내 클린하우스가 쓰레기로 차고 넘쳐 보기 싫고 악취가 나자, 도와 행정시가 내놓았다.
그러나 요일별 배출 쓰레기를 너무 세분화하는 바람에 한번 배출 요일을 놓치면 1~2주일 이상 쓰레기를 집안에 쌓아놓게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특히 원룸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 등은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민들은 클린하우스는 깨끗해졌지만, 오히려 집안은 쓰레기통으로 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오아무개(54·제주시 노형동)씨는 “현재의 배출제는 너무 복잡해 시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것 같다. 요일별 배출제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정책 시민모임 고성환 대표는 “제주도는 맞벌이 부부와 관광객이 많아 쓰레기가 일정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요일별·시간제 배출제가 맞지 않다”며 “쓰레기 정책의 핵심은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토는 없다”고 비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