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황새 생태연구원장이 지난해 10월5일 자연으로 보낸 황새가 잇따라 숨지자 대책을 요구하며 황새 야생 방사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
‘황새 교수’가 황새(천연기념물 199호) 곁으로 돌아간다. 자연스럽지만 아쉽다. 박시룡(65) 한국교원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18일 고별 강연을 끝으로 정년퇴임한다. 황새생태연구원장 자리도 내놨다. 그는 고별강연에 앞서 자신의 황새 풍경 수채화 수십여점을 학교 쪽에 기증할 참이다. 그의 수채화는 지난달 서울 인사동 희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박 교수는 독일 본 대학에서 박쥐의 초음파 등을 연구해 학위를 받고 1987년 이 대학에 부임해 꼭 30년을 강의했다. 그가 ‘박쥐 교수’에서 ‘황새 교수’로 변신한 것은 우연이면서 필연이었다. 희귀 조류 권위자였던 고 김수일 교수가 황새 연구를 제안했다. 1971년 4월 마지막 야생 황새가 충북 음성에서 사냥꾼의 총에 맞아 숨진 뒤 1994년 9월 서울대에 있던 암컷마저 숨지면서 국내에서 황새가 완전히 멸종한 직후였다.
“환경 파괴로 멸종위기에 몰린 박쥐와 황새의 운명이 비슷하게 여겨졌죠. 이 땅에 사라진 황새를 누군가 자연 속에서 복원해야 한다는 숙명이 황새에 빠져들게 했죠.”
박 교수는 1996년 러시아·독일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연구를 시작했다. 1998년 학교와 문화재청 등의 도움으로 한국교원대 안에 황새복원센터(현재 황새생태연구원)까지 설치했다. 1999년 일본에서 기증받은 황새 알을 부화해 새끼를 얻었고, 2002년에는 인공번식도 성공했다. 이후 황새는 167마리까지 불었다. 지금은 둥지가 비좁을 정도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에 힘겨웠지만 보람도 컸죠. 자연 속에서 황새를 복원하려는 꿈이 있었기에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꿈은 2015년 이뤄졌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주변 13만5669㎡에 황새 공원을 조성하고, 야생에 황새를 날려 보냈다. 지금까지 15마리를 날려 보냈고, 지난해 5월에는 자연상태에서 새끼 2마리가 탄생하기도 했다.
“30년 연구의 보답이랄까요?. 멸종 45년 만에 자연 번식으로 황새 후세를 얻던 그 순간의 감격은 말로 할 수 없죠.”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 돌연 황새 야생 방사 중단을 선언했다. 감전사 등 잇단 사고로 자연으로 보낸 황새 3마리가 숨졌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황새를 맞을 준비가 아직 덜 됐죠. 뒤늦게 자치단체, 한전, 문화재청 등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예산 문제에 부딪혀 여전히 해결책을 내놓지 못해 안타까워요. 지금 상태론 희생이 잇따를 겁니다.”
강단을 떠나지만 그가 지닌 황새의 꿈은 다시 날갯짓 한다. 예산 황새공원을 중심으로 황새 보호에 앞장서는 일을 할 참이다. 또 충북 청주 미호천을 중심으로 황새 복원 2권역, 인천 강화와 북한 황경남도 등을 잇는 황새 복원 3권역 사업 등을 확산하는 데 힘을 보탤 계획이다.
“예산에 방사한 황새를 살폈더니 예산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동하고 동서로는 이동하지 않아요. 따라서 충북을 중심으로 2단계, 인천을 중심으로 3단계 방사를 해야 명실공히 한반도 전체에 황새가 날아다닐 겁니다. 지금껏 황새 복원에 매달렸다면 앞으론 황새를 지키는 일에 힘을 쏟을까 합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