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대구시립희망원 누리집에 ‘사랑과 봉사의 정신으로 복지사업을 실천하는 희망의 공동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구시립희망원 누리집 갈무리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희망원 전 원장 신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희망원에서 만들어진 비자금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쪽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이진호)는 1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대구시립희망원 전 원장 배아무개 신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배 신부는 대구시가 희망원을 운영하라고 지원한 보조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배 신부는 2014년 7월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폭로하려던 전 직원에게 입막음용으로 1억2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검찰은 대구시립희망원에서 만들어 진 비자금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목공제회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대구 중구 남산동 사목공제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목공제회는 퇴직한 천주교 성직자들의 노후를 지원하는 단체다. 검찰은 희망원 내부 회계자료를 확보해 희망원이 업체 두 곳에서 식자재를 납품받으며 거래 금액을 부풀려 비자금을 만든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시립희망원을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는 희망원이 2012년 2월부터 11개월 동안 급식비 3억원을 횡령한 의혹이 있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또 2010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희망원에서 309명이 숨진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희망원은 이 중에서 300명을 단순 병사로 처리했다. 인권위는 희망원 직원들이 거주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사실도 밝혀냈다.
노숙인·장애인 복지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에는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노숙인과 장애인 등 999명이 생활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36년 동안 희망원을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희망원은 지난해 대구시로부터 보조금 120억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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