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초 제주시내 한 용천수에서 빨래하는 모습. 제주도는 용천수를 역사문화, 생태탐방코스로 활용하는 등 체계적으로 보전키로 했다.
제주도가 용천수(땅 속에서 솟아나는 물)를 등급별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제주도는 용천수의 효율적 활용과 체계적 보전 관리를 위해 ‘용천수 관리계획’을 세워 추진키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도는 앞서 지난 2013~2014년 2년 동안 용천수 전수조사를 했으며,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제주발전연구원에 맡겨 ‘보전관리대상 용천수 선정 및 관리계획 수립’을 구체화했다. 도내 용천수는 모두 1025곳으로 이 가운데 661곳의 용천수를 역사, 용출량, 수질 등 6개 평가 기준으로 구분해 4개 등급별로 차등 관리한다.
용천수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든 뒤 대수층을 따라 흐르다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를 통해 지표로 솟아나는 물이다. 현무암으로 형성된 화산섬이라 물이 귀했던 과거 제주도 마을들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형성됐고, 용천수를 식수원이나 빨래터 등으로 사용했다. 상수도의 보급과 현대화 등으로 용천수의 기능이 쇠퇴하고, 일부는 수량이 줄어들거나 오염돼 폐쇄되기도 했다.
도는 용도별 수질 기준에 적합한 용천수를 골라 대체수원으로 활용하고, 태풍이나 가뭄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보조 수원으로 활용키로 했다.
또 서귀포시 솜반천, 예래생태공원 등의 용천수는 생태관광상품학습 탐방코스로 이용하고, 제주시 애월읍 항몽유적지 일대 삼별초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는 소왕물에서 구시물 구간에는 역사적인 내용을 설명한 안내판을 설치하고 족욕시설 등 쉼터를 조성해 역사문화탐방코스를 조성키로 했다.
이와 함께 서귀포시 속골물 등 연간 일정한 수온을 유지하는 용천수는 신재생에너지로 활용해 냉난방시설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도는 용천수 관리계획에 따라 용천수의 수량, 수질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제한하고, 마을 주민과 전문가가 직접 참여하는 용천수 관리·보호위원회 등을 만들어 관리할 계획이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앞으로 제주특별법, 조례 개정 등 제도정비와 용천수 보전관리 대책을 시행해 용천수 관리체계를 확립해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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