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공판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을 나서 차량에 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정농단 사태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경남에선 도지사 보궐선거 실시 여부에 도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 보궐선거에 출마할 사람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서며 도지사직을 사퇴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인데, 지역 정가에선 “가능성이 낮지만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는 다음달 16일 오전 10시30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홍 지사는 1심에선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2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항소심 선고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홍 지사 주변 사람들은 “1심 결과를 뒤집어 이번엔 무죄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예상을 내놓고 있다.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이 1심에 이어 2심 공판과정에서도 논쟁거리인데다, 역시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심과 달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점 등이 이들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한 발 더 나가 “홍 지사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새누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대망론’까지 낳고 있다. “대통령선거 출마는 모든 정치인의 로망”이라고 말할 만큼 홍 지사가 예전부터 대선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던데다, 최근 새누리당이 위기를 맞으면서 홍 지사에게 다시 ‘정치적 숨구멍’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것을 전제로, 만약 홍 지사가 3월13일 이전에 도지사직을 사퇴한다면, 4월12일 전국 재보궐선거 때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도 열리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해 6월30일 이전에 대통령 궐위선거가 열리고, 홍 지사가 3월14일부터 대통령선거일을 30일 이상 남겨둔 시점 사이에 사퇴한다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는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이 시점을 넘겨서 사퇴하면, 도지사 보궐선거는 열리지 않는다. 현재 국회는 재보궐선거일과 대통령선거일이 30일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대통령선거 때 재보궐선거까지 치르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26일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홍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새누리당 당권을 정지당한 상태이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는다면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새누리당이 당권을 회복시켜주면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대권주자 대부분이 탈당한 상태라, 만약 홍 지사가 새누리당 경선에 출마한다면 그를 당할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한 당직자는 “홍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로 뽑힌다면, 그는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몰두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는 보수진영이 홍 지사를 중심으로 집결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야만 가능한 일인데, 그런 꿈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홍 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으면 대선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따라서 도지사 보궐선거 가능성도 사라진다. 대법원 확정판결은 이르면 6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유죄가 확정돼 홍 지사가 도지사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도지사 재선거 없이 내년 6월 말까지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홍 지사의 정장수 비서실장은 “재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며,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 (홍 지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오로지 도정에 전념하며, 재판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만 밝힐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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