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에 접어들면서 28일부터 다음달까지 제주도 내 160여개 마을에서 마을제가 봉행된다. 사진은 지난해 2월20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 열린 송당리마을제 모습이다.
‘1만8천 신들의 고향’ 제주도에서 신들의 축제가 시작된다. 정유년 음력 1월에 들어서면서 제주도 전역에서 마을주민들의 무사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 나쁜 기운을 막는 마을제가 다양한 형태로 열릴 예정이다. 신화와 무속신앙에 나타나는 신들의 수가 1만8천이나 된다는데서 제주도를 신들의 고향이라고 한다.
제주도 내 관광지로 이름난 곳은 물론 마을마다 갖가지 형태의 전설과 함께 무속신앙의 단면을 모여주는 ‘당’이 남아있고, 지금도 촌로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당은 주민들의 신앙의 대상으로 마을을 정신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제주지역에는 오래전부터 ‘당 오백 절오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과 깊은 관련을 맺어왔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제주도 내 전체 행정마을 202개(자연마을 550개) 가운데 신당이 250여개가 있어 대부분의 마을에 당이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와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시기 미신타파 등의 이유와 근대화에 밀려 대부분 사라졌다가 1980년대 후반 이후 부활했다.
올해 마을제는 설날인 28일 제주시 추자면 묵리의 마을제를 시작으로 다음달까지 160여개 마을에서 치러진다.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새해 정월을 맞아 신에게 세배하는 마을제를 지내왔다. 마을의 특성을 반영한 해신제, 토신제, 풍어제 등도 잇따라 봉행된다.
제주의 마을제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주관하는 포제와 당굿으로 나뉜다. 포제는 남성이 제관이 돼 유교식 제법으로 지내는 마을제이고, 당굿은 여성들이 주관하고 심방(무당의 제주어)이 진행하는 무교식 마을제다. 마을제는 부정을 타지 않는다는 한밤중에 주로 봉행된다.
가장 큰 마을제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마을제(2월5일)와 구좌읍 송당리마을제(2월9일)로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납읍리마을제는 유교식, 송당리마을제는 무교식으로 치러진다. 이들 마을제에는 사진작가나 무속 연구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와 함께 화북 해신제(2월1일), 귀덕리 할망당제(2월8일), 와흘리 본향당제(2월10일), 동복리 본향당제(2월13일), 어음1리 마을당제(2월11일) 등이 있다.
문화 전문가들은 “제주도의 마을제는 온 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체 의례로 자연에 순응해온 제주인들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다. 마을제를 준비하고 봉행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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