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둥지 장단반도에 송전선로 계획 “땅속에 묻어야”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가 겨울을 나는 경기 파주시 장단반도에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선로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독수리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통일부는 최근 개성공단 전력공급을 위해 문산변전소~임진강~장단반도~군사분계선~개성공단 16㎞에 송전선로(154000V)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지난 4월 노선을 확정해 이미 공사에 들어갔고, 2006년 말까지 모든 공사를 마칠 계획이다.
문제는 이 송전선로가 경기 파주시 장단면 거곡리의 독수리 월동지(9630평)를 지나게 된 것이다. 장단반도의 독수리 월동지는 독수리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이곳은 민통선 안이라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고, 전선이 전혀 없는 넓은 벌판이라 독수리 월동지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화재청과 파주시, 한국조류보호협회는 1999년부터 이곳에 고기를 놓아 독수리를 유인하기 시작했고, 해마다 11월이 되면 시베리아, 몽골 등지에서 독수리 1천여마리가 찾아와 이듬해 3월까지 머물다 간다.
이곳에 송전선로가 들어서면 독수리들이 감전돼 죽을 위험이 높다. 독수리는 큰 것은 앉은키가 1.나 되고, 날개를 펼치면 좌우길이가 3~3.나 되기 때문에 날아다니다가 전깃줄에 날개가 닿아 감전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겨울에도 파주시에서 독수리 18마리가 전선에 감전돼 떼죽음을 당하기도 했다.
문화재청과 한국조류보호협회는 독수리 월동지로 쓸 대체부지를 찾아봤지만, 사유지와 군사시설이 많아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송전선로를 땅 속에 묻거나 노선을 변경해줄 것을 통일부 쪽에 요청했고, 통일부는 월동지에서 송전선로를 최대한 멀리 띄워놓는 방향으로 설계를 바꿔 문화재청 등과 다시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김성만 회장은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송전선로를 땅 속에 묻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개성공단 전력공급이 워낙 급해서 어쩔 수 없다지만 통일 이후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생태공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송전선로를 지중화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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