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 세시풍속인 달집태우기 전남도 농업박물관 제공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확산하면서 농어촌 지역 대보름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전남도는 9일 “에이아이와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순천·광양·영암·곡성·구례 등 22개 시·군의 384개 정월 대보름 행사 대부분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도는 해마다 대보름 무렵 농업박물관과 낙안읍성 등지에서 3000~4000명이 참여하는 세시풍속 전승행사를 펼쳤으나 이번에는 열지 않는다.
영암 농업박물관은 11일 오후 2시 관광객과 주민 등 3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으로 진행하려던 세시풍속 한마당을 취소했다.
광양시도 광양문화원 대보름 한마당과 용지 큰 줄다리기 보존행사, 12개 마을 민속놀이 등을 전면 백지화했다.
장흥·완도 등지 어촌 마을의 민속놀이, 곡성·구례 등지 농촌 마을의 달집태우기도 대부분 없어지거나 줄어들었다.
광주시는 10~11일 민속박물관에서 열 예정이던 정월 대보름 한마당을 취소했다. 이 행사는 지난 21년 동안 3000~5000명이 찾는 대표적인 볼거리였다. 대보름 전후 열리는 남구 고싸움놀이 축제는 오는 4월로 연기됐다. 광산구 쌍암공원과 북구 6개 마을에서 열리는 민속행사도 취소하거나 외부인사를 일절 초청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여수시는 11일 오후 웅천동 해변문화공원에서 예정대로 민속놀이 한마당을 강행한다. 이 행사에는 외지 관광객 등 4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남도와 광주시는 지난 2일부터 주민의 이동이 가축 전염병 방역체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염두하고 시·군·구에 대보름 행사의 자제를 요청해왔다.
김봉균 도 예술진흥팀장은 “에이아이뿐 아니라 구제역까지 확산할 조짐이어서 지역 전체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전국적인 방역체계가 뚫리지 않도록 대부분 지역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다”고 전했다.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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