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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보다 ‘징글징글’…남한강 옆 ‘모래 산’

등록 2017-02-09 17:55수정 2017-02-09 22:06

경기 여주시 대신면 남한강가에 4대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더미가 눈에 덮여있다. 여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 여주시 대신면 남한강가에 4대강에서 퍼올린 준설토 더미가 눈에 덮여있다. 여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대강 준설토’ 여주 농민 시름
‘축구장 224개 면적’ 농지에 적치장
법적 농지 사용기간 지났는데
9개 적치장 모래는 한톨도 안팔려
시, 2036년까지 농지사용 연장

주민들 “모래 바람 날려 못 살겠다”
‘1000억 대박’ 간데없이 피해 속출
경기도의회 “시장 권한남용해 고발”
강변 옆 농지에는 거대한 ‘모래 산’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드넓은 백사장이 사라진 대신 생긴 인공 산이다. 모래산 곳곳에선 모래가 쓸려 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덮어 놓은 그물망이 흉칙하게 찢겨나갔고, 자그마한 나무까지 자라나 있다. 9일 오전 둘러 본 경기 여주시 대신면 양촌리 남한강 일대 풍경이다.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된 2009년 이후 남한강에서 퍼 올린 모래(준설토)는 세월이 흘러 이제는 ‘모래 무덤’인지 야산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이곳에 쌓아 놓은 준설토는 15t 트럭에 238만대분에 이른다. 모래 산 바로 아래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김석준씨는 수년째 쌓아 놓은 준설토 얘기에 학을 뗐다.

김씨는 “봄에는 모래가 날려 몽골 황사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여름과 가을에는 모래가 쓸려내려 배수로가 막혀 농사는 물론 사람 살 곳이 못된다”고 말했다. 또 “하우스 농사는 일조량이 생명인데, 이놈의 모래 산 때문에 겨울에는 비닐하우스에 볕이 잘 들지 않아 해마다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고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직선거리로 3~4㎞ 떨어진 대신면 보통리 주민들도 준설토 피해를 겪고 있다. 올겨울은 눈이 적어 준설토를 싣고 날아온 모래바람이 예년보다 잦아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박아무개씨는 “돈 덩어리라고 했던 준설토는 이제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됐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할지 몰라 주민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4대강 사업 당시 여주군은 “남한강 준설토를 골재로 팔면 1000억원을 벌어들여 단군 이래 최대 수익사업이 될 것”이라고 홍보하면서 남한강변 농지 242만738㎡(축구장 224개 면적)를 빌려 19곳의 적치장을 만들었다. 이어 사업이 끝난 2013년까지 남한강에서 퍼낸 준설토 3524만㎥를 이들 적치장에 쌓고 또 쌓았다.

하지만 2013년 2월 사업이 마무리된 뒤 지금까지의 판매량은 35% 수준인 1230만㎥ 규모에 그쳤다. 아직도 15곳의 적치장에 2294만㎥ 달하는 준설토가 그대로 쌓여 있다. 이 가운데 대신면 양촌·당산·능서면 내양·율극·점동면 장안 등 9곳의 적치장에 쌓인 모래 2100만㎥는 지금까지 단 한톨의 모래도 반출(판매)되지 못한 채 169만4781㎡ 면적의 농지가 야산으로 변했다.

이에 여주시는 준설토 소진을 위해 2013년 1월부터 준설토 원석을 모래·자갈로 선별(용역) 판매하는 직영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연간 평균 판매량이 150만㎥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시가 사업을 직영하자 기존 골재업자들이 반발하면서 공사가 1년 이상 중단되는 등 준설토 처리가 장기간 지연됐다. 시의 공사 중단 결정에 따라 직영사업 위탁업자에게 2억1200만원의 손해배상금까지 물어주게 됐다.

준설토 처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적치장 사용 기간이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끝나려 하자 여주시는 이 가운데 10곳의 기한을 최대 2036년까지로 연장했다. 이 대목에서 불법 시비가 인다. 농지법상 농지의 다른 용도 일시사용 기간은 통상 3년의 기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적치장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정부합동감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한 뒤 2031년이 돼야 준설토를 모두 소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행자부는 이어 “여주시는 지금까지 농지임대료(영농보상비)로 242억원을 지급했다. 게다가 적치장 관리비용 및 사업비용으로 해마다 60억원 상당을 준설토 판매비용에서 지출하고 있어 애초 계획보다 수익이 줄어들고 장기간 농지 점용에 따른 환경 피해 등도 우려된다”고도 지적했다. 행자부는 이에 따라 “준설토 조기처리를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해 재정적·환경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지법 저촉이 없도록 대책을 수립하라”고 여주시장에게 통보했다.

앞서 여주시는 준설토 수요예측을 부풀렸다가 지난 2015년 7월 경기도 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 2010년 용역 당시 6년이면 준설토를 모두 판매해 1899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감사에서 2031년까지 판매해도 순수익은 576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 것이다.

이항진 여주시의원은 “준설토 때문에 환경파괴는 물론 영농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문제는 준설토를 만든 게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정부가 장본인이지만, 국토부 등 해당 부처는 나 몰라라 하면서 여주시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준설토 문제는 급기야 경기도의회가 나서 여주시장을 고발하는 쪽으로 불길이 번질 조짐이다. 이재준 경기도의회 의원은 지난달 15일 “준설토가 적치된 곳은 농지여서 농지법에 따라 주목적 사업이 종료되면 다른 용도의 허가가 제한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허가를 유지하다 지난해에는 2036년 말까지 새로 허가를 내줬다”고 짚었다. 이 의원은 “여주시가 농지의 다른 용도 일시사용에 관한 허가 권한을 남용했다”며 조만간 원경희 여주시장 고발 건을 의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이대직 여주시 부시장은 “준설토 때문에 많은 농지가 잠식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준설토 처리 문제는 국가사무를 위임받은 것이고, 농지법 조항에는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 협의를 해당 시장·군수가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무조건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준설토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여주/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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