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고위 공무원들이 해상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업체의 대표이사를 잇달아 맡아 눈총을 받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의 취업 제한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시민단체는 ‘관피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4일 부산시와 부산 서구 등의 말을 종합하면, 황용태(62) 전 부산 서구 안전도시국장(4급)은 지난해 11월 ㈜송도해상케이블카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2014년 6월 퇴직하고 2년5개월이 지난 뒤였다.
공직자윤리법은 지도단속 업무부서 등의 7급 이상 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자치단체 정무직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 동안 정부가 해마다 지정하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퇴직 전 5년 동안 맡은 업무와 관련이 있으면 취업하지 못한다. 퇴직 공무원이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취업했다가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황 전 국장은 퇴직하고 3년이 지나지 않아 송도해상케이블카에 취업했지만 공직자윤리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2015년 3월31일 퇴직 공무원의 취업 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늘었는데, 황 전 국장은 법령 개정일보다 9개월 먼저 퇴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전 국장은 퇴직 전까지 송도해상케이블카 주관부서였던 건설과를 지휘하는 안전도시국장이었다. 그는 해상케이블카 승인을 받는 핵심 행정절차인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 앞서 열어야 하는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위원 11명 가운데 당연직 위원이었다. 2014년 1~2월 열린 환경영향평가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황 전 국장은 식물 생육환경과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환경영향평가를 약식으로 해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6일 감사원에 “황 전 국장이 셀프 심의를 했다. 송도해상케이블카 복원사업 추진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 조사해 달라”며 감사를 청구했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665억원을 들여 서구 암남공원~송림공원 사이 해상 1.62㎞에 설치된다. 상업 운영은 오는 5월 시작된다.
배영길(64) 부산시 전 행정부시장은 2015년 10월 부산 남구 용호만 매립지 개발사인 아이에스동서의 자회사인 ㈜부산블루코스트 사장으로 취임했다. 배 전 부시장은 행정부시장을 맡고 있던 2010년 11월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다. 이어 2013년까지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회장을 맡았다.
부산블루코스트는 4500억원을 들여 해운대 동백섬과 남구 용호만 이기대공원을 연결하는 4.2㎞의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가 출발하고 도착하는 곳에 지하 3층과 지상 4층의 정류장 등이 들어선다. 부산시가 지난해 11월 자연훼손과 교통 흐름 막힘 등이 우려된다며 사업을 반려했지만 부산블루코스트는 계속 추진할 태세다.
부산블루코스트가 광안리 앞바다에 해상케이블카를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은 “아이에스동서가 부산시 서열 2위였던 배 전 부시장의 인맥을 활용해 환경훼손 논란이 뻔한 어려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배 전 부시장을 영입했다”고 비판했다.
배성훈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예산감시팀장은 “재취업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고위 공직자가 퇴직 전 업무를 처리했던 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관피아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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