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들여온 4~5년생 암컷 2마리 중 1마리…13일 밤 호흡곤란으로 숨져
시민환경단체 “부산항~울산 이송트럭 과속에 고래 스트레스 가중됐을 것”
시민환경단체 “부산항~울산 이송트럭 과속에 고래 스트레스 가중됐을 것”
울산 남구가 ‘동물 학대’라는 시민·환경단체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일본 다이지에서 수입해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 들여온 큰돌고래 2마리 가운데 1마리가 4일 만에 폐사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선 2009년 10월 개관 이후 지금까지 큰돌고래 8마리가 반입되고 새끼도 2마리 낳았으나 새끼 2마리를 포함해 6마리가 잇따라 죽었다. 울산은 1980년대 초반까지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를 고래문화특구로 지정해, 고래관광도시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이미 예견된 참사”라며 ‘죽임의 고래관광정책’을 규탄하고 나섰다.
울산 남구는 14일 “지난 9일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반입한 큰돌고래 2마리 중 1마리가 13일 밤 9시15분께 갑자기 숨졌다”고 밝혔다. 폐사한 큰돌고래는 4~5살로 추정되는 암컷으로, 길이 262㎝, 몸무게 184㎏ 크기다. 김석도 고래박물관장은 “돌고래들이 13일 아침 9시30분까지만 해도 고등어 1.3㎏씩 먹어치우고 수의사의 정기 진료에서도 아무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이 중 1마리가 오후 2시 먹이를 거부해 담당 수의사에게 보였으나 별다른 이상이 없다가 오후 3시30분 수조 위에 혈변이 발견된 뒤 담당 수의사를 불러 6시께 수액과 항생제 투약 등 응급처치를 받았고, 9시께 갑자기 호흡곤란을 일으킨 뒤 15분 만에 폐사했다”고 말했다. 남구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 폐사한 큰돌고래를 경북대 수의대 부속 동물병원에 부검 의뢰했다”고 했다.
앞서 남구는 지난 9일 2억원을 들여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잡은 4~5년생 암컷 큰돌고래 2마리를 부산항을 거쳐 수입한 뒤 고래생태체험관에 들여와 현지 적응과 안정을 위해 보조수조에 수용했다. 다이지는 전시공연용 돌고래의 최대 포획지로, 잔인한 포획 방식으로 인해 국제적 논란을 빚는 곳이다.
이곳에서 ‘몰이 방식’으로 잡히는 야생 큰돌고래는 사나흘 이상 굶어 탈진 상태에 빠진다. 주로 어미와 함께 다니는 3~5살 새끼 돌고래가 포획되는데, 최종적으로 그물에 낚여 어미와 격리되는 과정에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번에 울산 남구가 수입한 큰돌고래 두 마리도 이렇게 잡힌 새끼들이다. 이들 새끼들은 지난달 붙잡힌 뒤 8일 아침 7시 다이지 마을을 출발해 뱃길 700㎞와 육로 300㎞ 등 1000㎞ 거리를 약 32시간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핫핑크돌핀스 등 25개 시민·환경·동물보호단체들이 참여하는 ‘울산 남구청 돌고래 수입반대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남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실·불통행정으로 돌고래를 수입해 폐사시킨 서동욱 남구청장은 퇴진하고, 고래생태체험관의 생존 돌고래 4마리를 모두 방류할 것”을 촉구했다. 또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도 더 이상 돌고래 수입을 금지할 것을 요청했다.
공동행동은 회견에서 “환경부의 돌고래 수입허가 문서에 ‘이송 중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것’을 명문화했는데도, 남구는 예산 절감을 이유로 비행기가 아닌 배로 돌고래를 운송하고, 돌고래를 안전 이송하기 위해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시속 30~40㎞로 이동하는데, 일반 화물트럭으로 시속 70㎞ 이상 질주하며 여러차례 덜컹거리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 평균 100㎞를 이동하는 큰돌고래 두 마리가 10평도 채 안 되는 수조에서 지내려면 비좁을 수밖에 없고, 결국 스트레스로 또다시 폐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미 몇차례 지적했는데도 이를 무시해 고래생태체험관은 돌고래 6마리가 폐사한 돌고래 무덤이 됐다”고 덧붙였다. 울산 남구는 돌고래 수입·이송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 지난 9일 부산항을 지키던 시민·환경·동물보호단체 회원들 차량이 고래를 실은 트럭을 쫓아 울산까지 갔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12월 울산 남구도시관리공단에 돌고래 수입 허가를 통보하면서 “운송 과정에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관리 부실로 큰돌고래의 건강 등에 추가 문제 발생 시 신규 수입금지 등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고래생태체험관에는 기존 큰돌고래 3마리와 최근 수입한 1마리가 각각 전시수족관과 보조수조에 수용돼 있다. 울산 남구와 고래생태체험관 쪽은 “돌고래를 무진동 트럭으로 부산에서 울산으로 옮겼고, 과속한 사실이 없다. 폐사한 돌고래의 사인이 밝혀질 때까지 고래생태체험관 운영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현행법상 돌고래의 전면 수입금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이달 말 환경부와 법 개정 협의를 시작해 돌고래 수입 허가 조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신동명 기자, 남종영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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