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해 9월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징역 1년6월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16일 오전 10시30분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홍준표 경남지사가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법원 결정에 따라 ‘보수의 아이콘’으로 화려하게 재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정치 생명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 과연 ‘모래시계 검사의 신화’는 지켜질 것인가? 경남도청 안팎에서 모두가 숨죽이며 운명의 16일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는 16일 오전 10시30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지사의 항소심 선고를 한다. 앞서 지난해 9월8일 1심 재판부는 홍 지사에서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2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홍 지사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구형한 상태다. 홍 지사 쪽에선 재판 결과를 두고 어떤 예상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홍 지사가 2심에서도 1심처럼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사실상 정치 생명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있지만 결과를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누구나 예측하기 때문이다. 오는 6~9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가 확정된다면, 홍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경남도정은 내년 6월말까지 행정부지사의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홍 지사가 1심 결과를 뒤집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우나, 대법원도 무죄를 선고한 2심 결과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이끄는 경남도정은 강한 추진력을 얻게 될 것이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 지사는 가장 강력한 경남도지사 후보가 될 것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새누리당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지만, 벌써 새누리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재판 결과와 이후 상황을 두고 지역 정가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영훈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2심 재판부가 무죄 판단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2심에서 유죄를 받는다면 상고 여부는 홍 지사 개인의 자유지만, 정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일부 법리적 다툼은 있었으나 판결을 바꿀만한 새로운 것은 없었기 때문에 2심도 1심과 같은 실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이후 레임덕 현상이 급격히 발생할 것이다. 경남도민과 자신을 위해 도지사직에서 자진사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상태에서 성완종 당시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5년 7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5년 4월 성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홍 지사와 함께 기소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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