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을 가도 배타적입니다. 그 지역 특유의 텃세가 있어요.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외부세력에 맞서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온 곳이지요.”
1990년 제주도로 이주해 ‘제주사람’이 된 정은희(53·사진))씨는 “제주사람이 배타적인가”라는 말에 이렇게 답변했다. 최근 근 5년 사이 이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제주도에서 정씨는 ‘초기 이주민’이다. 제주사람을 만나 결혼했고, 직장을 제주로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인이 된 그가 최근 <제주 이주민의 역사>라는 책을 펴냈다.
“제주도는 사실 ‘이주민의 섬’입니다. 탐라 개벽신화에 나오는 고·양·부 3성을 만나 혼인한 벽랑국 세 공주도 따지고 보면 외부에서 들어온 이주민이다. 탐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화와 역사 속의 제주도는 ‘이주민의 섬’이라고 할 수 있다.”
정씨는 2000년 자녀들 교육을 위해 회사를 그만둔 뒤 사회복지 공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이주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씨는 “상담 과정에서 만났던 외지인들이 많았는데 제주도에서의 삶을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그들에게 “뭐가 힘드냐”고 물으면, “타인 취급을 하고, 제주인들이 배타적”이라는 답변이 되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배타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일부분을 자꾸 전달하다 보니 말이 퍼진 부분도 있다”며 “서울 출신인 내가 서울사람을 만나면 왠지 반갑다. 이주민들이 제주사람을 배타적이라며 접근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오히려 그분들이 배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 열풍’에 대해 정씨는 “최근의 이주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경제적 이유로 제주를 찾는 사람과 웰빙 또는 힐링 차원에서 오는 두 부류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주도에 가면 일자리가 있을 것 같고, 다른 지방처럼 바쁘게 살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고 온다. 그런데 와서 보니 현실은 달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5년 사이 제주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적응하기 전에 변화가 와서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전출인구도 덩달아 늘어나는 것을 주의 깊게 보라”고 했다.
“제주의 궨당문화는 부정적으로 보면 폐쇄적이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다 한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어디 출신인지를 떠나서 상대방을 수용하고 먼저 다가가면 제주는 ‘공존의 섬’이 될 겁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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