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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닫은 문명고 교장,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키로

등록 2017-02-23 14:14수정 2017-02-23 17:13

“이러려고 문명고 지원했나 자괴감” “문명의 2월 사라져”
학생·학부모·교사, 기자회견 열고 신청 철회 요구에도
김태동 교장 “이사장과 상관 없어…연구학교는 한다”
23일 오전 문명고 학부모들이 학교 현관 문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23일 오전 문명고 학부모들이 학교 현관 문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교장 선생님, 다시 학생 편으로 돌아오세요.”

23일 오전 10시30분께 경북 경산 문명고 현관 입구에 한 학생은 이런 제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서 “선배님들이 기억하는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과 친밀함, 소통이 이뤄지신 분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자진 철회하셔서 문명고 위상을 높이고, 신입생들에게 소신 있는 교장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김태동 교장은 이날 대자보가 붙은 직후 끝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운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문명고 학부모 20여명과 학생 150여명은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했다. 또 학교 곳곳에 ‘이러려고 문명고 지원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문명입니까, 문맹입니까?’ 등이 적힌 대자보를 붙였다. 또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1108명)을 받아 학교에 전달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이날 처음으로 기자회견까지 열어 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문명고 학생·학부모·교사들로 꾸려진 ‘문명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학교 1층 소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부모 오일근(45)씨가 성명서를 통해 “현재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는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추진된 것이 아님이 확인되어, 문명고는 교육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들과 학교 운영자 간 극심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문명고 설립 목적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한 교육을 위해 학교 구성원 간 갈등의 원인인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23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소강당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23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소강당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문명고에 재직중인 백상민, 최재영, 임규완 교사도 기자회견에 나와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백 교사는 성명서에서 “문명의 2월이 사라졌다. 새학기 업무를 준비하던 설렘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던 기쁨도,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이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교사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현 상황의 정상화다.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의 발단이 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는 길만이 학교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명고에서 유일하게 역사를 가르치는 서아무개 교사도 연구학교 운영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께 학교 교장실에서 “연구학교를 강행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연구학교는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23~24일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는지 여부를 보고 (철회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국정 역사교과서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역사교과용도서의 다양성 보장에 관한 특별법’은 지난달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통과돼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김 교장은 또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은) 이사장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명고의 학교법인 문명교육재단 홍택정(70)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는 인물이다. 홍 이사장은 지난 21일 오전 학교에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교를 파가라”고 말한 바 있다. 경산/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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