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영동읍 설계리 주민들이 지난 23일 공중보건의 등으로 이뤄진 경로당 주치의들의 진료를 받고 있다. 영동보건소 제공
경로당에 젊은 주치의가 생겼다. 두서너 개씩 병을 안고 사는 노인들은 ‘연속극’보다 이들을 기다린다.
충북 영동군은 올해 ‘경로당 주치의’ 대상을 66곳으로 늘린다고 27일 밝혔다. 군은 2015년부터 경로당 주치의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15년 44곳에서 지난해 55곳으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핸 66곳으로 조금씩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만 1만3734명이 진료를 받았고, 이 가운데 197명은 위암 등 중병을 조기 발견하기도 했다.
경로당 주치의는 지역에 변변한 병원이 없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 등을 위해 보건소 공중보건의 등이 경로당을 찾아가 노인들의 질환 등을 직접 보살피는 제도다. 보건소나 보건지소 등에 배치된 공중보건의 20명(내과 11명, 한의과 9명)과 보건·간호 공무원 11명 등 31명이 경로당 주치의다. 최영옥 영동군 보건소 진료팀장은 “버스조차 잘 다니지 않아 병원·보건소 찾기가 쉽지 않은 마을 경로당을 찾아간다. 워낙 수요가 많고, 반응이 좋아 대상을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중보건의 등으로 이뤄진 경로당 주치의들이 지난 23일 충북 영동군 영동읍 설계리 경로당을 찾아 노인을 대상으로 진료·상담을 하고 있다. 영동보건소 제공
군은 지역 11개 읍·면을 나눠 4~8명의 경로당 주치의들이 매달 둘째·넷째 수요일 오후 경로당을 찾는다. 혈압·당뇨·치매·우울증 등 검진에서 시작해 침·뜸 등 진료, 건강 상담까지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조종희(72)씨는 “노인들은 고혈압·당뇨 등 질환을 달고 살지만 주변에 병원이 없어 대개 참거나 약으로 버티는 경우가 많다. 젊은 의사들이 찾아와 진료해 주니 여간 든든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중보건의 김준휘(35)씨는 “암을 조기 발견해 진료를 권한 적도 있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질환을 안고 있어 놀랍고, 때론 힘겹기도 하지만 보람을 느낀다. 인력·예산 등 여건이 갖춰지면 확산해도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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