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경기 여주시 대신면 당산리 남한강 이포보 상류에서 여주시어민자율관리공동체 주민들이 강바닥에서 수거한 오탁방지그물용 닻이 줄지어 있다.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에만 100여개 정도 발견된 닻은 지난 21일 이포보 방류로 수위가 1.7미터 낮아지면서 드러났다. 여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경기도 여주시 남한강 물속에 공사 당시 대량의 철제 폐기물이 무단 투기 됐다는 의혹(<한겨레> 2월25일치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일대 어민들과 환경단체가 전수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혹이 제기된 지 사흘 만에 현장조사에 나선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폐기물이 아니라 강물 속 암반과 자갈층을 분리하는 항로 유도표시를 위해 여주보와 이포보 사이 강바닥에 설치한 정상적 구조물”이라는 해명을 뒤늦게 내놓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7일 남한강 여주어촌계와 여주환경운동연합 등은 대형 철제 폐기물은 2013년부터 남한강 상류인 강천보 쪽에서도 잇달아 발견돼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당국이 지금껏 이를 묵살해왔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4대강 사업이 끝난 뒤부터 이런 철제 구조물에 의해 그물이 찢어지고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어선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어 왔지만, 그동안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 와 무단 투기된 것으로 보이는 폐기물이 나오자 당국이 엉뚱한 해명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27일 오전 여주시와 4대강 사업 시공업체 관계들과 현장조사를 한 뒤 “발견된 구조물은 무단 폐물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서울국토청 관계자는 “위험구간 표시를 위해 이포·여주보 사이 강바닥에 선박용 닻 모양의 구조물 101개를 설치해 부표를 매달았는데, 물살 등에 의해 쓸려가거나 뒤집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설령 부표 고정을 위한 구조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모두 삽날 같은 뾰족한 부분이 하늘을 향해 있는지, 물살에 의해 고정 구조물이 그렇게 쉽게 뒤집혔다면 명백한 부실공사가 아니냐”고 따졌다.
특히 어민들은 “4대강 공사를 마무리할 당시 시공사들은 선박이 없어 수중 공사는 소형어선이나 보트를 빌려서 했다. 공기에 쫓긴 나머지 오탁방지막 등을 설치했던 철제 구조물을 무단 투기한 것이 명백하다”며 공사설계도와 시방서 공개, 잠수사를 동원한 수중조사 등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어민 반발이 계속되자 서울국토청은 27일 오후 “여주시와 이 구간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등과 협의해 필요하면 구조물 철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2일 남한강 이포보에서 시험방류를 했고, 이후 수심이 낮아지자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 강물에서 철제 구조물 100여개가 발견됐다. 이에 어민들은 1개당 무게가 200㎏ 안팎의 쇳덩이 20여개를 뭍으로 끌어낸 상태다. 앞서 수자원공사 한강보관리단 관계자는 “4대강 공사 과정에서 설치했던 오탁방지막의 부속품을 업체가 제대로 수거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탁방지막은 강, 바다, 호수 등에 퇴적된 오니(슬러지)의 제거 또는 준설 등 수상 공사를 할 때 나오는 오탁 물질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 속에 구조물을 설치해 물 위에 설치하는 막이다.
여주/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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