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청주시 상당구 상당공원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불에 탄 태극기를 들고 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태극기를 라이터로 불태운 혐의(국기모독죄)로 ㅁA(21)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2017.2.26 연합뉴스
탄핵 반대 집회에서 태극기를 태운 ㄱ(21)씨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이 법 적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2시께 청주 상당구 상당공원에서 열린 탄핵 기각 촉구 충북 집회 현장에 떨어져 있는 태극기를 태운 혐의 등으로 ㄱ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ㄱ씨가 집회 참가자 ㄴ(59)씨와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마찰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애초 태극기를 태운 ㄱ씨에게 국기모독죄 적용을 검토했다. 그러나 ㄱ씨가 태극기를 태운 경위·사실 등은 인정했지만 애초부터 의도적으로 태극기를 태우려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형법 105조(국기·국장의 모독)를 보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ㄱ씨는 경찰에서 탄핵 반대 집회의 주장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주변 가게에서 시너를 산 뒤 땅에 있는 태극기를 태웠을 뿐 애초부터 국가를 모욕하려고 태운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용기 상당경찰서 수사과장은 “28일 ㄱ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목적성 부분이 확인되지 않아 국기 모욕죄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판례, 사례 등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도 세월호 희생자 추모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를 태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아무개(24)씨에 대해 국기모독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2015년 4월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 추모행동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에 불을 붙여 태우고,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차로를 점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경찰은 국기모독죄 말고도 다른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 수사과장은 “아직 조사하고 있어서 속단하긴 어렵지만 다른 혐의를 적용할 수는 있다고 본다. 국기모독죄 말고도 재물손괴나 경범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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