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재 이상설 선생의 서전서숙 이념을 이어받은 진천 서전고등학교. 서전고는 2일 개교했다.
국권 회복을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 특사로 파견됐던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이 세운 민족교육기관 ‘서전서숙’이 110년만에 그의 고향 충북 진천에서 부활했다.
진천군 덕산면 예지로 진천 서전중학교와 서전고등학교는 2일 개교식을 했다. 이날은 이 선생이 꼭 100년 전인 1917년 중국 연해주에서 숨을 그둔 날이어서 뜻을 더했다. 이 선생은 당시 “조국 광복을 이루지 못했으니 몸과 유품은 태우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서전서숙은 을사늑약 뒤 만주로 망명한 이상설, 이동녕, 정순만 선생 등이 1906년 민족교육을 위해 망명지인 간도에 설립했으며, 서전중·고는 이 뜻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유준상 서전중 교장은 “진천 지역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보재 이상설 선생이 간도에 설립한 서전서숙의 역사를 계승했다. 참여·협력·소통을 통해 ‘상서로운 배움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전학교 부활과 함께 이 선생의 재조명도 본격화하고 있다. ‘헤이그 특사’로 알려진 이 선생은 안중근 선생이 극찬한 애국 독립운동가였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1월29일 뤼순 감옥에서 벌인 일제의 3회 심문 때 “이범윤과 같은 인물 만인을 모아도 이상설 한 분에 못 미칠 것이다”고 진술했다.(<안중근 옥중평>·윤병석, <보재 이상설전>) 또 같은 해 12월2일에는 “세계 대세에 통하고, 애국심이 강하고 교육 발달을 도모하여 백년대계를 세우는 사람이다. 동양평화주의를 갖는 데는 이처럼 친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안중근 옥중평>·<보재 이상설전>)
이를 두고 박걸순 충북대 교수는 그의 저서 <충북의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국학자료원)에서 “안중근이 러시아 한인 사회의 거물급 인사인 이범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평가한 것은 이상설에 대한 절대적 존경심을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천군은 그의 순국 100주인 올해 대대적인 추모 행사를 여는 등 이 선생을 지역 대표 역사 인물로 내세울 참이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이 선생은 위대한 독립운동가였지만 사료 부족으로 역사적 연구에 한계가 있었으며, 역사적 평가도 미미해 아쉬웠다. 다음 달 21~22일 이 선생 순국 100주년 추모 행사를 여는 등 재조명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2019년까지 87억7천여만원을 들여 진천군 진천읍 산척리 일원에 기념관을 세울 참이다. 또 올핸 추모제, 추모 강연·백일장, 출판기념회, 시낭송 대회 등을 열고, 중국 등에 하일 투쟁 기념비를 세울 계획이다.
송 군수는 “진천이 낳은 위대한 독립운동가인 이 선생이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대부로서 위상을 정립할 수 있게 학술연구 지원 등 각종 추모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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