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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발 늦는 인간’ 두꺼비 순찰대 꾸려…이미 3마리 숨져, “동물찻길사고 안돼”

등록 2017-03-03 18:19

청주지역 두꺼비 산란 이동 시작, 동물 찻길 사고 등 막는 순찰대 발대
3일 환경·시민단체 등 20여곳, 시민 100여명 참여
출·퇴근길, 야간에 농촌방죽 등 7곳에서 보호 활동
두꺼비·개구리 등 양서류 보호, 서식 환경 조사도
지난 2일부터 산란 이동을 시작한 구룡산 두꺼비.
지난 2일부터 산란 이동을 시작한 구룡산 두꺼비.
2일 새벽 비가 내렸다. 비는 대지와 봄을 깨웠다. 충북 청주시 산남동 아파트 숲을 둘러싼 구룡산. 켜켜이 쌓인 낙엽 아래에선 뭔가 꿈틀거렸다. 아이 손바닥만 한(10~12㎝) 황갈색의 녀석은 기지개를 켰다. 겨우내 따스한 낙엽·흙더미 이불에서 몸을 불린 두꺼비다. 일찌감치 준비운동까지 마친 녀석들은 50여m를 포복해 두꺼비 생태공원 거울못에 다다랐다. 수컷 일곱 마리가 암컷 한 마리를 호위했다. 암컷은 그야말로 귀하디귀한 몸이다. 뱃속에선 7000여 마리의 생명이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2~3일 뒤 알을 낳고, 두 달 정도 지나면 새끼 7000여마리가 태어난다.

1㎞ 남짓 떨어진 농촌방죽 주변에도 15마리가 나타났다. 녀석들은 구룡산 남서쪽에서 출발해 100m 장정을 마친 끝에 이곳에 다다랐다. 이곳에선 암컷 두마리를 수컷 13마리가 호위했다. 멀리 오송읍 강외면 연제리 습지에서도 13마리가 몸을 풀 채비를 하고 있다. 겨울잠을 잔 두꺼비들이 일제히 산란 이동을 시작한 것이다. 비보도 있었다. 청주 용암동 낙가산에서 출발한 낙가동 소류지로 이동하던 세 마리는 동물찻길사고(로드킬)로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2일 낙가동 소류지 주변 찻길에서 발견된 동물 찻길 사고 흔적
지난 2일 낙가동 소류지 주변 찻길에서 발견된 동물 찻길 사고 흔적
‘언제나 한 발 늦는’ 인간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3일 두꺼비친구들, 충북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단체 20여곳은 두꺼비의 비보를 중심으로 부랴부랴 사발통문을 돌렸고, ‘두꺼비 순찰대’를 꾸렸다. 환경단체 회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고사리손 20여명, 중·고 학생 40여명, 김승환 두꺼비친구들 대표, 이승훈 청주시장 등 100여명이 두꺼비 구출에 나섰다.

두꺼비친구들 등 환경·시민단체 20여곳 등 청주 시민 100여명이 3일 두꺼비 순찰대를 꾸리고, 동물 찻길 사고 등으로부터 두꺼비 등의 보호 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두꺼비친구들 등 환경·시민단체 20여곳 등 청주 시민 100여명이 3일 두꺼비 순찰대를 꾸리고, 동물 찻길 사고 등으로부터 두꺼비 등의 보호 활동에 나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산란 등을 위해 이동하는 두꺼비·개구리·맹꽁이 등을 지켜낼 참이다. 농촌방죽, 지북방죽, 장암방죽, 낙가동 소류지, 두꺼비 생태공원, 상당산성, 오송 연제리 습지 등 양서류가 이동하는 길목 7곳에 3~4명이 배치돼 아침, 저녁은 물론 밤에도 동물 찻길 사고 방지를 위해 보초를 서기로 했다. 어린이 순찰대의 약속이 눈에 띈다. 이들은 “청주에서 살아가는 개구리·두꺼비를 보호한다. 부모들께 두꺼비·개구리 서식지·산란지 주변에선 차량을 서행하고, 잘 살필 것을 부탁한다”고 다짐했다.

이승훈 청주시장과 어린이들이 3일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산란 이동을 시작한 두꺼비들을 안전하게 산란지로 옮기고 있다.
이승훈 청주시장과 어린이들이 3일 두꺼비 생태공원에서 산란 이동을 시작한 두꺼비들을 안전하게 산란지로 옮기고 있다.
올해 두꺼비들의 산란 이동은 지난해에 견줘 10일 정도 늦었다. 2월 초 쌀쌀한 날씨 탓이다. 박완희 두꺼비친구들 사무처장은 “두꺼비들은 대개 하루 평균 기온이 영상 5도 이상이면 잠을 깨는데 지난 1일 평균 기온이 5.9도였다. 생태 시계가 작동하자 청주 곳곳에서 잠을 깨고 이동을 시작했는데 예년에 견줘 좀 늦었다”고 말했다.

두꺼비 순찰대는 올해 기후변화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와 맹꽁이 서식 현황을 조사하고, 11월께 청주시 개구리 분포지도도 만들 계획이다. 동물 찻길 사고가 자주 나는 곳에서는 양서류 등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생태 통로를 만들고, 찻길 경계석을 낮추는 등 보호 대책도 세워나갈 참이다.

박 사무처장은 “개구리·두꺼비 등이 잘 사는 곳은 환경도, 안전도 빼어난 곳이다. 이런 곳에선 물론 인간도 잘 살 수 있다. 순찰대가 동물을 비롯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길라잡이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두꺼비친구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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