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들이 박근혜 구속 처벌 등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탄핵이 기각되면 촛불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4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앞 중앙대로 위의 무대에 오른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의 정한철 공동대표(전교조 부산지부장)는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으로 4년 동안 국민을 괴롭혔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하다. 그는 피의자가 아니고 확신범이므로 즉각 구속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시민들이 국정농단을 주도하거나 방조했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얼굴에 메추리알을 던졌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17차 부산시국대회는 ‘박근혜 즉각 탄핵과 구속. 황교안 퇴진. 특검법 직권상정’이 주제였다. 주최 쪽 주장 3만명이 서면 중앙대로 7차로 가운데 3차로 200여m 바닥에 신문과 돗자리를 깔거나 맨땅에 앉아 “박 대통령을 즉각 탄핵하고 구속하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이날 촛불집회가 탄핵을 결정하는 마지막 집회가 되기를 바랐다. 초등 1학년 딸을 데리고 나온 주부 정아무개(45)씨는 “1차 촛불집회하고 중간에 한 차례 더 참가했다. 태극기집회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언론에서 탄핵 찬반집회를 동일하게 보도하는 것을 보고 탄핵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세 번째 참가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상식을 뒤집고 박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사법시험을 치르고 고위직에 오른 재판관들이 보통사람보다는 상식이 있지 않겠느냐.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이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설마 재판관들이 기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시민들이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먼저 청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항목에 부착된 스티커를 계산하고 있다. 30개 항목 가운데 세월호 진상규명법 제정이 가장 많았다.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와 회원들이 이성을 잃은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아무개(50)씨는 “친박근혜 단체들이 압박하고 있는 특검 등의 공직자들을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민주주의국가에서 폭력행위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탄핵 기각 가능성이 20%는 있다고 보는데 만약 기각이 되더라도 폭력은 안 되며 대통령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청년 민중의 꿈’ 회원 20명이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죄인은 국정농단을 하고 청년실업문제 등을 수수방관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청년 민중의 꿈’ 회원 20명이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공연하고 있다. 신문을 펼쳐보이며 죄인은 국정농단을 하고 청년실업문제 등을 수수방관한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집회는 ‘청년 민중의 꿈’ 회원 20명이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10여분 동안 공연하고 1시간 20여분 만에 끝났다. 뮤지컬은 지난 4년 동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면서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수수방관한 박 대통령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참가자들은 저녁 7시30분부터 풍물패를 따라서 서면 중앙대로에서 출발해 부산시청까지 3㎞를 행진하면서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부산시청 정문 앞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밤 8시50분께 스스로 해산했다. 주최 쪽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있는 날의 저녁 7시30분과 11일 오후 6시 서면 중앙대로에서 촛불집회를 또다시 열기로 했다. 주최 쪽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태극기집회에 맞서고 정권교체를 위해 대통령선거까지 촛불집회를 이어나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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