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의 구럼비 바위를 폭파한 지 5년이 되는 7일 낮 강정마을에서 주민과 활동가 등이 참가한 가운데 구럼비를 기억하는 행사가 열렸다. 강정마을회 제공
“구럼비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낀다. 구럼비가 햇살과 바람이 돼 우리 곁에 머물고 있고, 끊어지지 않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5년 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 1.2㎞에 이르는 너럭바위인 구럼비가 부서지는 모습을 지켜봤고, 이를 기억하는 주민과 활동가들이 모였다.
7일은 제주해군기지를 건설하려고 폭파한 구럼비 바위 발파 5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낮 12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 모인 이들은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구럼비를 되찾는 일, 바로 그곳에서 구럼비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5년 전 봄날, 구럼비는 한낱 바윗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이 조각났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구럼비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다”며 “제주해군기지는 건설이 끝났다고 해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써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해군기지에 미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줌월트의 배치로 인해 제주해군기지가 미 해군의 전략기지 역할로 성격이 바뀌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를 마친 뒤 강정마을 임시 마을회관 천막과 기지 정문, 미사 천막, 멧부리를 오가며 인간 띠 잇기와 구럼비를 기억하기 위한 행사를 펼쳤다. 멧부리에서는 구럼비의 추억을 시나 노래, 춤 등으로 함께 나누는 ‘구럼비와 포옹’ 행사가 있었고, 오후에는 강연회가 열렸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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