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5일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동탄새도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내 뽀로로 파크 화재 현장을 합동 감식하고 있다. 화성동부서 제공
사망 4명을 포함해 모두 52명이 사상자를 낸 경기도 화성 동탄 새도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참사원인은 명백한 ‘인재’로 확인됐다. 상가 내 화재경보기가 개장 이후 6년여 동안 사실상 꺼져 있어 화재 초기 진화나,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명 피해를 키웠기 때문이다.
화성동부경찰서는 8일 메타폴리스 화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메타폴리스 부속상가 시설운영업체 ㅁ사 관계자 정아무개(45)씨 등 5명의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용단(절단)작업 당시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작업 보조자 임아무개(55)씨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상가 운영업체 ㅁ사 등 3개 법인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 수사결과, 불은 산소절단기를 이용한 용단(절단)작업 중 불꽃이 바닥에 있던 스티로폼, 카펫 조각, 목재 등 가연성 물질에 튀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용단 작업자 정아무개(50·사망)씨와 보조자 임씨는 실내 용단작업 시 방화포를 깔고 불꽃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불이 붙으면 임씨가 수시로 물을 뿌려 끄면서 작업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특히 이 건물 방재시스템 전산 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0년 9월 개장 이후 2345일 가운데 상가 전체에 사이렌을 울리는 ‘지구경종’이 2336일(99.6%) 동안 꺼져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또 방화셔터(2179일)나 급배기팬(급기팬 2118일, 배기팬 2033일)도 소방점검날 등 특별한 날에 잠시 켜둔 것 외엔 거의 꺼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 시설관리업체 소속 박아무개(51·구속영장 신청)씨는 “용단작업 과정에서 화재경보기 오작동을 우려해 방재시스템을 정지시켰다"라고 진술했으나. 추가 조사에서 “부하직원들에게 피해(화재책임)가 가지 않도록 (혼자) 책임지려고 허위 진술했다”고 번복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메타폴리스 상가 시설·안전 관리는 자산관리자가 건물 전체 운영을 ㅁ사에 위탁했고, ㅁ사는 다시 시설관리를 ㄱ사에, ㄱ사는 소규모 용역업체에 재하청해 운영되고 있다. 이번 철거공사는 ㅁ사가 직접 ㄷ철거업체와 계약해 이뤄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화재 뒤 2차례에 걸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합동 감식, 공사 및 상가 관계자 70명에 대한 조사 등을 바탕으로 책임 소재를 가렸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화재는 산소 용단작업 시 안전수칙을 무시한 작업 관계자와 평소 방재시스템을 정지해놓은 상가 관리업체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로 사망한 철거업체 현장소장 이아무개(63)씨와 용단 작업자 정씨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나머지 10명과 법인 3곳에 대해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4일 오전 메타폴리스 단지 내 4층짜리 부속 상가건물 3층 뽀로로 파크가 있던 점포에서 일어난 불로 4명이 숨지고 48명이 다쳤다. 66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는 상가건물 2동, 주거 건물 4개 동(1266세대)으로 이뤄져 있다. 화성/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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